신약 개발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목표를 가진 스타트업 ‘차이 디스커버리(Chai Discovery)’가 70백만 달러(약 1008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글로벌 AI 기반 분자생명공학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이로써 총 누적 투자금은 1억 달러(약 1,440억 원)를 넘어섰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멘로 벤처스(Menlo Ventures)가 주도했으며, 안트로픽(Anthropic)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앤솔로지 펀드(Anthology Fund)가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요세미티, DST 글로벌 파트너스, SV 엔젤, 아비니어, DCVC 등이 신규 투자자로 힘을 더했고, 오픈AI(OpenAI), 스라이브 캐피털, 디멘션, 네오 등 초기에 투자한 기존 투자자들도 재차 투자에 나섰다.
2024년 설립된 차이 디스커버리는 최첨단 AI 기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해 의약품 개발을 혁신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최근 ‘차이-2(Chai-2)’라는 신형 AI 모델을 공개했는데, 이는 기존 방식으로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던 항체 설계를 제로샷(Zero-Shot) 방식으로 효율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간단한 분자 목표정보만으로 항체를 설계하고 검증할 수 있어, 최소한의 테스트만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성능도 인상적이다. 단 20개의 디자인 실험에서도 매번 20%의 성공률로 표지를 타깃한 항체를 설계해냈고, 이는 기존 실험 방식보다 수백 배 빠르며, 이전 AI 기반 방법이 기록한 평균 0.1%의 히트율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수치다. 공동 창업자인 매튜 맥파트론은 “기존 방식은 수백만 개의 열쇠에서 하나를 겨우 찾는 작업이었다면, 차이-2는 타깃 설명만으로 정확한 열쇠를 설계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술력은 AI 기반 약물 탐색 산업이 주목받는 현 시점에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구글(GOOGL)의 딥마인드(DeepMind)를 비롯해 라텐트랩스, 테레이 테라퓨틱스, 신피니 등 굵직한 경쟁사들이 같은 분야에 진입했지만, 차이의 접근 방식과 실행 속도는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차이 디스커버리는 이번 자금을 활용해 플랫폼 확장과 인력 충원을 추진하며, 기존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분자 타깃군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더불어 바이오벤처 및 제약사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확대할 방침이다.
조슈아 마이어 CEO는 “AI를 통해 생물학적 과정을 과학에서 엔지니어링으로 전환하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며 “의료 혁신이 단순한 발견이 아닌 설계 가능성에 기반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자 한다”고 말했다.
AI의 잠재력이 제약 산업에 현실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차이 디스커버리의 행보는 ‘치료제 설계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를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