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인프라 운영을 전담하는 IT 기업들이 AI의 정교한 보조를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복잡성과 기대가 동시에 높아지는 최근 IT 환경에서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특정 목적으로 훈련된 '맞춤형 AI(Bespoke AI)'가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메터(Meter Inc.)의 최고경영자 아니르 바라나시(Anil Varanasi)는 이를 적극 활용해 네트워크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주목을 끌었다.
바라나시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네트워킹 포 AI 서밋(Networking for AI Summit)에서 자사의 AI 운영체계 '미터 커맨드(Meter Command)'를 소개하며, 기존 범용 AI와 맞춤형 AI 간의 근본적인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범용 언어모델을 자동차에 장착해 사람 없이 운행시키고 싶겠느냐”고 되물으며, "네트워크처럼 고정확도와 실시간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그 시장에 특화된 훈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터 커맨드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설계된 자연어 기반 인터페이스를 통해 네트워크 전문가가 명령어 입력 없이도 문장 단위로 설정을 조회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존 커맨드라인 인터페이스(CLI)나 웹 기반 대시보드를 넘어선 차세대 네트워크 운영 플랫폼이라는 평가다. 바라나시는 “미터 커맨드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즉석'에서 생성해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네트워크 운영에 깊숙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바라나시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사람 개입’을 전제로 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미터 커맨드에 내장된 검증·승인 절차를 주요 차별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이 시스템은 사용자가 실행 버튼을 누르기 전, 각 요청의 결과를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사용자에게 요약 정보를 제공한다. 이후 최종 확인을 거쳐야만 실제 명령이 실행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는 이를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과정에 비유했다. 처음에는 보조 바퀴, 이어서 부모나 형제의 손을 빌리며 균형을 익히는 것처럼, 네트워크 운영 역시 단계적인 신뢰 형성을 통해 AI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방식은 기업 입장에서 AI의 도입 장벽을 낮출 뿐 아니라, 운영 안정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서밋은 실리콘밸리 전문 미디어 실리콘앵글(SiliconANGLE)의 생방송 스튜디오인 더큐브(theCUBE)를 통해 중계됐으며, 바라나시는 AI 도구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협업 방식, 검증 체계, 시스템 신뢰 구조 자체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발표는 네트워크 인프라의 본질적 혁신 가능성을 암시하며, AI 도입이 아직 진행 중인 많은 기업들에게 실질적 방향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