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스파이웨어 개발사 NSO 그룹의 경영권이 미국 투자자 컨소시엄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NSO는 미디어 테크크런치에 “미국계 투자그룹이 수천만 달러를 투자했고, 이로 인해 NSO의 지배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거래 금액과 구체적인 투자자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스라엘 매체 칼칼리스트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할리우드 제작사 STX 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인 로버트 시몬즈가 주도했다. 시몬즈의 NSO 인수 의사는 2년 전부터 시장에 알려졌으며, 껌 브랜드로 유명한 윌리엄 리글리 가문의 후계자이자 그의 친구인 리글리가 관련 실사를 수행했다는 정황도 보도된 바 있다.
NSO는 2010년 설립 이후 최소 세 차례 소유권이 변경됐다. 2014년 처음으로 프란시스코 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에 인수됐고, 이후 2019년 공동창업자가 또 다른 사모펀드의 자금 지원을 받아 회사를 재매입한 바 있다.
NSO의 스파이웨어 제품 ‘페가수스(Pegasus)’는 전 세계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는 고급 해킹 도구다. 하지만 이 제품은 최근 수년간 각종 사생활 침해, 감시 논란, 국제 소송의 한복판에 서며 큰 논란을 빚어왔다. 미국 상무부는 2021년, 다수 외국 정부가 이를 악용해 사이버 공격을 벌였다는 이유로 NSO를 제재 리스트(Entity List)에 올렸다.
가장 주목을 끌었던 사건은 2019년 메타플랫폼(구 페이스북)이 NSO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었다. 당시 페가수스는 사용자의 클릭이 필요 없는 ‘제로-클릭’ 방식으로 1,000명이 넘는 왓츠앱 사용자들을 해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올해 미국 법원은 NSO에 대해 메타에 1억 6,700만 달러(약 2,410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고, 배심원단은 이를 다시 6억 1,100만 달러(약 8,810억 원)로 확대했다. NSO는 소스코드의 일부 공개까지 명령받았다.
또 다른 사례로는 애플의 아이메시지 취약점을 노린 해킹이 있다. 구글 보안 연구팀은 페가수스가 iOS 이미지 압축 기능의 버그를 이용해 기기에서 가상 CPU를 실행하고, 그 위에서 악성코드를 작동시켰다고 분석했다.
이에 애플과 메타는 관련 보안 취약점을 이미 패치한 상태지만, 관련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내부 문서에 따르면 NSO는 2024년에만 약 1,200만 달러(약 172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의 중심에 선 NSO가 미국 투자자들의 손에 넘어가면서, 페가수스를 둘러싼 글로벌 감시 기술 논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미국 정부의 기술 통제 감독, 글로벌 안보 정책, 그리고 정보보안 산업 구조에 상당한 함의를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