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마벨 테크놀로지와 인공지능용 반도체 2종의 공동 개발을 논의하면서, 자체 칩 경쟁력을 키워 엔비디아 중심의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맞서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보기술 매체 디인포메이션을 인용해 19일(현지시간) 구글과 마벨이 두 종류의 칩 개발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하나는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인공지능 연산에 특화한 반도체)와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된 메모리 처리 장치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 모델 구동에 맞춘 새로운 TPU다. 구글이 그동안 데이터센터용 자체 반도체를 강화해 온 흐름을 고려하면, 연산 성능뿐 아니라 메모리 병목을 줄이는 방향까지 설계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로 읽힌다.
특히 메모리 처리 장치는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에서 중요한 축으로 꼽힌다. 대규모 언어모델이나 생성형 인공지능은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불러오고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계산 능력만으로는 성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연산 칩과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설계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 회사는 이 장치의 설계를 이르면 2027년까지 마무리한 뒤 시험 생산에 들어가는 일정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의는 구글의 TPU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원래는 그래픽용이지만 현재는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에 폭넓게 쓰이는 칩)에 도전하는 구도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사실상 주도하고 있지만, 대형 기술기업들은 외부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자체 칩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구글 역시 검색, 클라우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전반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면 독자 설계 역량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마벨의 최근 행보도 주목된다. 이 회사는 지난달 31일 엔비디아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엔비디아로부터 20억달러를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양사는 엔비디아의 엔브이링크 퓨전 기술을 바탕으로 마벨을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팩토리와 AI-RAN(인공지능 기반 무선접속망) 생태계에 연결하기로 했고, 실리콘 포토닉스(전기 신호 대신 빛을 활용해 데이터 전송 효율을 높이는 기술) 분야에서도 협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마벨은 지난달 광자연결망 기술을 가진 셀레스티얼 AI 인수를 33억달러에 마무리했다. 이는 칩과 메모리 사이 연결 속도를 높이는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려는 투자로 해석된다.
결국 구글과 마벨의 협력 논의는 단순한 신제품 개발을 넘어,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연산 칩 성능뿐 아니라 메모리 처리, 칩 간 연결, 광통신 기술까지 묶은 종합 설계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반도체 개발과 반도체 업체 간 전략적 제휴를 더욱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