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 벤처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양자 보안 스타트업 프로젝트 일레븐(Project Eleven)이 ‘양자컴퓨터로 15비트 타원곡선 키를 깼다’는 연구자에게 1비트코인(BTC) 상금을 지급했지만, 발표 직후부터 “사실상 고급 난수 생성기 실험”이라는 반박이 잇따르고 있다.
프로젝트 일레븐은 이번 시연을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타원곡선 암호(ECC)’에 기대는 2조5000억달러(약 3677조원·1달러=1471.60원) 규모 디지털 자산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공개 양자 공격”으로 포장했지만, 독립 검증자들은 양자 하드웨어 없이도 같은 결과를 재현했다고 밝혔다.
IBM 퀀텀 대신 /dev/urandom…결과는 같았다
비트코인 개발자 유발 아담(Yuval Adam)은 수상자 잔카를로 렐리(Giancarlo Lelli)가 공개한 코드(GitHub)를 활용해 재현 실험을 진행했다. 아담은 ‘IBM 퀀텀’ 백엔드를 리눅스 커널의 난수 소스인 ‘/dev/urandom’으로 바꾼 뒤 나머지 설정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했다.
아담은 렐리 저장소에 풀 리퀘스트를 올려 실험 결과를 기록하며 “양자컴퓨터를 /dev/urandom으로 대체해도 키를 복구한다”고 요약했다. 즉, 공개키로부터 개인키를 찾는 과정에서 양자 계산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무작위 값 생성과 고전적 검증기가 결합된 ‘브루트포스’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양자 기여는 잡음”…코드가 드러낸 ‘고전 계산’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 전 메인테이너 요나스 슈넬리(Jonas Schnelli)도 양자 하드웨어 없이 파이썬 약 20줄로 수상 파이프라인을 재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양자컴퓨터는 아무것도 기여하지 못했고(잡음), 고전적 체커가 무작위 잡음에서 답을 걸러냈다”고 정리했다.
하드웨어 지갑 콜드카드(Coldcard) 창립자 NVK 역시 소스 코드를 읽고 “양자 분장을 한 고전 계산(classical computations wearing quantum costumes)”이라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렐리의 README에는 “shots(시도 횟수)가 n보다 훨씬 크면, 무작위 잡음만으로도 높은 확률로 d를 복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이 포함돼 있었다.
커뮤니티 노트·이해상충 논란…‘Q-데이’ 공포 마케팅 지적
프로젝트 일레븐이 X(구 트위터)에 올린 발표에는 현재 커뮤니티 노트가 붙어, 양자 출력이 난수로 대체돼도 동일한 복구 기법이 작동하며 고전 컴퓨팅 대비 ‘양자 우위’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크 랩스 엔지니어 알렉스 버저론(Alex Bergeron)은 “책임성 제로”라며 “목표가 비트코인(BTC)을 돕는 게 아니라 다음 투자 라운드를 위한 홍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해상충 논란도 뒤따른다. 프로젝트 일레븐은 스탠퍼드 출신 알렉스 프루든(Alex Pruden)이 설립했으며, 올해 1월 기업가치 1억2000만달러(약 1765억원) 기준으로 2000만달러(약 294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마쳤다. 회사는 ‘포스트 퀀텀’ 전환 도구를 판매하는 동시에 Q-데이 프라이즈를 설계하고 심사위원을 선정해 상금을 지급했으며, “양자 공격에 노출된 지갑에 690만 BTC가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까지 함께 내놨다. 프루든은 이후 “잡음이 많은 초기 분야에서의 점진적 진전”이라고 수위를 낮췄지만, 업계에서는 2029년 전후로 앞당겨지는 클라우드플레어·구글·IBM의 포스트 퀀텀 전환 일정 속에서, 이번 사건이 보안 진전보다 ‘공포’와 ‘홍보’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