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시스템즈($CSCO)가 지난주 공개한 ‘유니버설 퀀텀 스위치’는 양자컴퓨팅 확장의 핵심이 개별 장비 성능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양자컴퓨터가 더 이상 고립된 실험 장비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 연결된 ‘양자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재 업계가 기대하는 분자 시뮬레이션, 신소재 발굴, 포트폴리오 최적화, 대규모 일정 계산 같은 고난도 문제를 풀려면 10만~100만 개 수준의 논리 큐비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요 로드맵상 2030년까지도 수천 개, 많아야 수만 개 초반 수준이 현실적이다. 이 간극 때문에 업계는 하나의 초대형 양자컴퓨터 대신 여러 소형 프로세서를 연결해 하나의 시스템처럼 쓰는 ‘분산 양자컴퓨팅’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왜 양자 네트워크가 필요한가
기존 컴퓨터 네트워크는 계산 결과만 주고받으면 되지만, 양자 분야는 다르다. 여러 장비가 하나의 통합 시스템처럼 작동하려면 ‘얽힘’ 상태를 유지한 채 양자 상태 자체를 전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광자의 양자 특성을 훼손하지 않고 경로를 바꿔주는 스위치가 필수다.
시스코의 유니버설 퀀텀 스위치는 이런 역할을 겨냥한 연구용 장비다. 상온에서 일반 통신용 광섬유를 통해 얽힌 광자를 전달하고, 양자 정보를 보존한 채 여러 인코딩 방식을 처리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일반 광 스위치와 달리 양자 상태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내부 ‘양자 상태 변환기’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편광, 시간 빈, 주파수, 경로 등 주요 양자 인코딩 방식을 지원하고 상호 변환할 수 있어 서로 다른 방식의 양자 시스템도 같은 네트워크에서 연결할 수 있다. 이는 중성원자 기반 장비와 초전도 기반 장비, 광자 기반 장비가 한 인프라 위에서 함께 작동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시스코가 노리는 것은 ‘양자 인터넷’의 기반
시스코는 앞서 초당 약 2억 쌍의 얽힘 광자를 생성할 수 있는 얽힘 소스 칩도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 이번 스위치와 얽힘 분배, 스와핑, 양자 텔레포테이션 관련 소프트웨어 스택까지 더해 ‘전송기-네트워크 패브릭-제어 체계’의 초기 구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트너사 커넥트(Qunnect)와 진행한 뉴욕 광역권 실험에서는 수 킬로미터 구간에서 기존 실험실 수준을 넘어서는 속도의 얽힘 스와핑도 시연했다. 이는 양자 네트워크가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실제 통신 인프라와 접목되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신호로 읽힌다.
시장 관점에서 중요한 대목은 양자컴퓨팅의 경제적 가치가 개별 장비 판매보다 ‘공유 자원화’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기업이 클라우드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필요할 때 쓰듯, 앞으로는 양자 연산 자원도 네트워크를 통해 묶여 제공될 가능성이 크다.
시스코가 유리한 이유
양자 네트워크는 양자 하드웨어 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다. 기존 광통신 인프라, 인터넷 프로토콜(IP) 네트워크, 제어 소프트웨어, 보안 체계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 이 지점에서 시스코의 강점이 드러난다.
시스코는 인큐베이션 조직 아웃시프트(Outshift)를 통해 양자 칩, 스위치, 컴파일러, 오케스트레이션, 분산 오류 정정, 포스트양자암호 통합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개발하고 있다. 또 IBM 퀀텀, 아톰 컴퓨팅 등 서로 다른 양자 방식의 기업들과 협력하며 실제 환경에서 장비를 연결하는 경험도 쌓고 있다.
무엇보다 상온 작동과 통신용 파장 대역 지원은 기존 광섬유와 광통신 생태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 별도의 극저온 링크 같은 특수 인프라 의존도를 줄일 수 있어 통신사와 클라우드 사업자 입장에서는 도입 장벽이 낮아진다.
IT 업계가 지금 준비해야 할 것
당장 대부분의 기업이 내년에 양자 스위치를 도입하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앞으로 3~5년 안에 어떤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양자 전환 대응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양자컴퓨팅을 단일 공급업체 기술이 아니라 ‘멀티벤더 네트워크 서비스’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전문 양자 클라우드, 온프레미스 장비가 함께 연결되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데이터센터와 광역 네트워크 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미다.
또 보안 측면에서는 포스트양자암호 전환과 양자 네트워크 대응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암호체계를 위협할 수 있지만, 반대로 양자 네트워크는 더 강한 보안 모델을 제공할 수도 있다. 결국 고전적 네트워크와 양자 링크가 공존하는 혼합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시스코의 이번 발표는 양자컴퓨팅이 ‘물리학 실험’ 단계를 넘어, 기업 IT가 중장기 로드맵에 넣어야 할 인프라 이슈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자 시대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은 큐비트를 먼저 확보하느냐뿐 아니라, 누가 그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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