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소재업체 JSR이 대만에 포토레지스트 생산 거점을 세우기로 하면서, 세계 반도체 공급망이 대만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재편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핵심 고객인 TSMC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중국 업체의 추격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5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JSR은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대만 현지에서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회로를 실리콘 웨이퍼 위에 정밀하게 그릴 때 쓰이는 핵심 소재로, 미세공정 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반도체 산업에서 사실상 전략물자로 여겨진다. 이 시장은 일본 기업의 영향력이 특히 큰 분야로, 일본 5대 업체가 세계 점유율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대만에는 포토레지스트 3대 업체가 모두 생산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이미 세계 점유율 1위인 도쿄오카공업이 23% 안팎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대만에 진출해 있고, 신에쓰화학공업도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상태다. 여기에 JSR까지 가세하면서 대만 반도체 생태계는 소재 조달을 한층 더 가까운 곳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 입장에서는 첨단 공정에 필요한 소재를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JSR은 포토레지스트 외에도 반도체 기판 표면을 평평하게 다듬는 연마제 등 다른 소재의 대만 생산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공장 신설을 넘어, 반도체 제조 전반에 필요한 소재 공급망을 고객 생산거점 주변으로 옮기는 전략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일본 소재업체들이 TSMC와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으로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을 꼽는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면서 중장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어, 일본 업체들로서는 기술 우위뿐 아니라 고객 밀착형 생산 체계까지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JSR은 한국에서도 2026년 말 가동을 목표로 메탈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짓고 있다. 메탈포토레지스트는 차세대 반도체 공정에서 주목받는 소재다. 결국 JSR의 한국과 대만 투자 확대는 아시아 주요 반도체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촘촘히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소재기업들이 기술 경쟁뿐 아니라 생산 거점의 위치와 공급 안정성까지 함께 따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