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기업을 향한 투자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 속도는 지난해보다 다소 둔화했지만, 상장사 몸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보여주고 있다.
크런치베이스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양자컴퓨팅 분야 스타트업이 유치한 시드부터 성장단계 투자금은 총 12억달러로 집계됐다. 원화로는 약 1조8022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41억달러, 약 6조1574억원에는 못 미치는 흐름이지만, 최근 몇 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견조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거래 건수 역시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어 자금이 완전히 식은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자금은 일부 대형 딜에 더 집중되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 대형 양자컴퓨팅 투자 건이 가장 활발하게 나오면서 시장의 시선도 다시 쏠리고 있다.
포토닉·퀀트웨어·퀀텀모션, 대형 투자 잇따라
올해 최대 규모 투자는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포토닉이 따냈다. 이 회사는 상업용 규모의 양자컴퓨터와 양자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9년차 기업으로, 최근 2억달러, 약 3004억원을 조달했다. 기업가치는 20억달러, 약 3조36억원으로 평가됐다.
네덜란드 스타트업 퀀트웨어도 이달 1억7800만달러, 약 2673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퀀트웨어는 전용 개방형 아키텍처 기반의 대형 양자 팹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의 퀀텀모션도 1억6000만달러, 약 2403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발표했다. 이번 라운드는 디씨브이씨와 켐바라가 공동 주도했다. 퀀텀모션은 실리콘 트랜지스터 기반 양자컴퓨팅 기술을 앞세워 기존 경쟁 기술보다 더 적은 비용과 공간, 에너지로 실용 규모 연산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양자컴퓨팅 투자 시장은 전체 자금 증가세가 다소 주춤한 반면, 기술 차별성이 분명한 기업에는 대형 자금이 몰리는 선별 투자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상장사는 더 뜨겁다…시가총액 36조원대
비상장 시장보다 더 강한 온기를 보이는 곳은 상장 시장이다. 대표적인 순수 양자컴퓨팅 상장사인 디웨이브 퀀텀, 아이온큐($IONQ), 퀀텀 컴퓨팅, 리게티 컴퓨팅의 시가총액은 현재 합산 360억달러 수준으로, 원화 약 54조648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말 고점보다는 낮아진 수준이지만,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여러 배 뛴 수치다. 아직 뚜렷한 수익성을 입증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양자컴퓨팅의 장기 잠재력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올봄에는 캐나다 토론토 기반 재너두도 상장 시장에 합류했다. 광자 기반 양자컴퓨팅 플랫폼을 개발하는 재너두는 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방식으로 나스닥과 토론토증권거래소에 입성했으며, 최근 시가총액은 약 50억달러, 원화 7조509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인수합병 확대…퀀티넘 상장에 시선 집중
상장 양자컴퓨팅 기업들은 비상장 스타트업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가장 큰 거래는 아이온큐($IONQ)의 옥스퍼드 아이오닉스 인수다. 인수 금액은 10억8000만달러로, 원화 약 1조6220억원이다. 옥스퍼드 아이오닉스는 양자 성능 연구 역량으로 주목받아온 기업이다.
디웨이브 퀀텀도 올해 초 퀀텀 서킷츠를 5억5000만달러, 약 8259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현금과 주식을 섞은 거래다. 이는 양자컴퓨팅 업계가 단순 연구 단계를 넘어 플랫폼과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재편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대형 이벤트로 퀀티넘의 기업공개를 주목하고 있다. 허니웰이 지배 지분을 보유한 퀀티넘은 이달 나스닥 상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미국 콜로라도주 브룸필드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마지막 비상장 투자 라운드에서 프리머니 기준 100억달러, 약 15조18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어느 수준에서 정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시장에서는 기존 평가를 웃도는 수준이 거론된다. 양자컴퓨팅이 아직 본격적인 수익 실현 단계에 진입하지는 못했어도, 투자자들은 선도 기업이 향후 기술 혁신을 실적으로 연결할 가능성에 계속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양자컴퓨팅 시장은 지금도 초기 산업의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대형 투자와 상장, 인수합병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 분야가 단순한 미래 기술 테마를 넘어 독립적인 투자 섹터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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