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기업의 기술개발 성과가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산업금융 공급을 대폭 늘리면서,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뒷받침하는 새 투자·보증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서울 여의도 에스케이증권빌딩에서 김정관 장관 주재로 산업성장펀드 출범식과 산업금융 전략회의를 열고 관련 금융 지원 방안을 공개했다. 이번 조치는 기술은 있지만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을 돕기 위한 것으로, 연구개발 단계에서 나온 성과가 공장 현장과 시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자금 공백을 메우겠다는 뜻이 담겼다. 행사에는 하나은행, 중소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성장금융을 비롯해 인공지능·로보틱스 분야 기업과 벤처캐피털, 연구개발 지원기관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핵심은 기존 산업기술혁신펀드를 산업성장펀드로 개편해 투자 기능을 키운 점이다. 이 펀드는 기술혁신과 신기술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자금을 넣는 정책형 민간펀드다. 연구개발 전담은행인 하나은행이 6200억원, 중소기업은행이 4950억원을 출자하기로 하면서 총 1조1150억원 규모의 재원이 마련됐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정부는 이 자금을 제조 인공지능 전환, 균형발전, 신성장동력 발굴 같은 산업정책 분야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단순히 기업 한 곳을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제조업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데 금융을 활용하겠다는 접근이다.
가장 먼저 추진되는 1호 펀드는 ‘엠에이엑스 산업대전환 혁신펀드’다. 엠에이엑스는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을 뜻하는 정책 개념으로, 공장 자동화와 지능화, 생산성 향상, 고부가가치 제조 생태계 조성과 맞닿아 있다. 투자 대상은 휴머노이드, 인공지능 팩토리, 미래 모빌리티, 자율운항선박처럼 제조업과 인공지능이 결합하는 분야다. 우선 전담은행 출자금 1000억원을 바탕으로 민간 자금을 추가로 끌어들여 최대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산업부는 6월 중 운용사 모집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에는 5극3특(5개 초광역권과 3개 특별자치도)을 겨냥한 지역산업 활력펀드와 업종별 생태계펀드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투자와 함께 사업화 금융도 별도로 묶었다. 산업부 연구개발 과제를 우수하게 마친 기업에는 보증·보험과 저리 대출을 결합한 우대 금융이 제공된다. 하나은행과 중소기업은행이 산업성장펀드 출자와는 별도로 470억원을 내고, 이를 재원으로 기술보증기금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7000억원 규모의 기술보증과 무역보증·보험을 공급한다. 보증비율은 100%다. 쉽게 말해 기술력은 인정받았지만 담보가 부족한 기업도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구조다. 이 프로그램은 기관 간 세부 협약을 거쳐 7월부터 공급될 예정이다.
정부가 이번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경기 둔화와 산업 전환 압력이 동시에 커진 현실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공지능과 첨단 제조 설비에 투자하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불확실한 경기 상황에서는 민간 자금만으로 장기·고위험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김정관 장관은 이날 혁신기업 투자는 금융권과 산업계, 정부가 성장 과정의 위험과 성과를 함께 나누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프로그램은 정부가 산업정책과 금융정책을 한 축으로 묶어 미래 산업을 키우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제조업의 인공지능 도입 속도와 지역 산업 투자 확대 여부에 따라 성과가 갈릴 가능성이 크며, 실제 자금 집행이 얼마나 신속하고 현장 수요에 맞게 이뤄지느냐가 정책 효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