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영남권에 140조원을 투입해 인공지능 인프라 거점을 먼저 세우기로 하면서, 울산을 시작으로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한층 본격화됐다.
SK텔레콤은 3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이런 내용의 영남권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구상은 전국에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깔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 인프라 허브를 만들겠다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일부다. 전체 프로젝트 투자 규모는 1천조원으로 제시됐고, 이 가운데 영남권 선도 사업에 약 140조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사업의 출발점은 울산이다. SK는 울산을 첫 번째 기가와트급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부지로 정하고, 2027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100메가와트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구축에 착수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는 초대형 연산 처리와 대용량 저장 기능을 갖춘 시설을 뜻한다. 회사는 여기에 900메가와트를 추가로 더해 울산에서만 총 1기가와트 규모를 만들고, 울산 외 영남 지역에도 단계적으로 1기가와트 이상 시설을 추가 조성할 계획이다. 추가 사업 후보지는 관계 부처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
중장기 청사진은 더 크다. SK는 2029년부터 5기가와트 규모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순차적으로 가동하고, 이후 전국 기준으로 15기가와트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사 설명대로라면 1단계인 5기가와트 구축만 해도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나 서버 설치 수준이 아니다. 약 75만평 부지와 그래픽처리장치 300만장, 고대역폭메모리 2천400만장이 필요하고, 투자비만 약 35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산업 프로젝트다. 그래픽처리장치와 고대역폭메모리는 인공지능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반도체로, 최근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가장 치열하게 확보 경쟁을 벌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SK는 자사의 강점으로 반도체와 에너지 솔루션, 데이터센터 건설·운영 역량을 함께 갖췄다는 점을 내세웠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이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핵심 요소가 반도체와 전력, 운영 경험이라고 설명하며, 대규모 시설을 실제로 구축하고 돌려본 경험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영남은 자동차, 조선, 기계, 화학 등 제조업 기반이 두터운 지역인 만큼, 인공지능 인프라가 지역 산업과 결합하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제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 활용 모델을 시험하고 확산하는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의 판단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히 데이터센터 한두 곳이 늘어나는 문제를 넘어, 전력 수급과 반도체 공급망, 지역 산업 재편, 외자 유치가 함께 맞물린 대형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제 성패는 막대한 전력 확보와 인허가 속도, 수요 기업 유치, 장비 공급 안정성에 달려 있는 만큼 앞으로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 집행이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