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이 중국 기업들의 우회 접속이 늘어나자 자사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클로드’에 대한 차단 조치를 한층 강화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기술 통제가 촘촘해졌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해외 법인과 클라우드 서비스, 가상사설망을 활용한 접근이 이어지면서 기업 차원의 통제 경쟁도 함께 격화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중국 엔지니어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의 최신 인공지능 기술에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핀테크 대기업 앤트그룹은 싱가포르 등 해외에 세운 법인 명의로 앤트로픽의 기업용 계정을 만든 뒤, 중국 본사 직원들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겉으로는 해외 법인이 서비스를 쓰는 구조지만, 실제 사용 주체는 중국 본사 인력이라는 점에서 서비스 제한의 빈틈을 파고든 셈이다.
이런 방식은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현지 설명이다. 중국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서도 앤트로픽의 코딩용 도구인 ‘클로드 코드’ 등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중국 기업들에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즉 API 접근 권한을 판매하면, 중국 본사 엔지니어들이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활용하는 식이다. 바이트댄스의 경우 회사가 직접 클로드 접속을 열어주지는 않았지만,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서비스를 구독할 경우 관련 비용을 경비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가상사설망은 인터넷 접속 위치를 다른 나라로 보이게 만드는 수단으로, 중국 내 접속을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서비스 허용 지역에서의 접속처럼 꾸미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 같은 우회 이용은 미국이나 중국 법률을 곧바로 위반하는 사안으로 단정되지는 않지만, 앤트로픽의 서비스 약관에는 어긋난다. 앤트로픽은 중국을 포함한 비지원 지역에서의 접근은 물론, 그 접근을 돕는 행위까지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 기업이 소유한 회사나 중국 밖에 세워진 자회사까지 제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차단을 넘어 실제 지배 구조와 사용 주체까지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앤트로픽은 이에 맞서 탐지 체계도 고도화하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 주소(IP)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접속한 컴퓨터의 활동 시간대, 결제에 쓰인 신용카드의 발급 국가 같은 세부 정보까지 함께 분석해 겉보기에는 미국 계정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에서 쓰이는 계정을 가려내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모델은 반도체와 함께 미중 기술 경쟁의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만큼, 기업들은 기술 유출과 규제 위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용 통제를 더욱 세밀하게 설계하는 분위기다. 반면 중국 정부도 보안 문제를 이유로 자국 기업이 해외 데이터센터의 모델로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연구개발 목적의 활용은 일부 허용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회색지대가 남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서비스의 국경 관리가 더 정교해지고, 글로벌 기술기업과 각국 규제당국 사이의 통제 기준도 한층 까다로워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