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 294억4천250만달러, 우리 돈 약 42조원 규모의 자본지출을 승인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미세공정과 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까지 한꺼번에 투자해 장기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2일 대만 자유시보와 중국시보 등에 따르면 TSMC는 전날 남부 가오슝의 2나노미터 공장에서 처음 연 이사회에서 이런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자금은 첨단 공정, 첨단 패키징, 성숙 및 특수 공정 고도화, 공장 건설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 회사가 맡긴 칩을 대신 생산하는 사업인데, 최근에는 인공지능 서버와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반도체 주문이 몰리면서 생산 능력 확보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결정은 TSMC가 최근 밝힌 시장 전망과도 맞닿아 있다. TSMC는 지난달 중순 2026년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첨단 공정용 인공지능 칩 수요가 매우 강하고, 주요 고객사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의 주문이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9년부터 2030년까지의 수주 가시성까지 이미 확보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연간 자본지출 전망치도 기존 500억달러대에서 600억∼640억달러, 우리 돈 약 88조7천억원∼94조6천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번 이사회 승인분은 이런 공격적 투자 기조를 실제 집행 단계로 옮기는 성격이 강하다.
TSMC는 생산 확장뿐 아니라 사업 영역 넓히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사는 일본 소니와 함께 구마모토현에서 추진하는 차세대 이미지 센서 생산 관련 신규 합작투자법인의 주식 지분을 최대 2천820억엔, 약 2조5천억원어치 인수할 예정이다. 소니는 TSMC의 첨단 공정을 활용해 차세대 이미지 센서 반도체를 연구개발하고 제조하는 체계를 구축해 2029년 양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지 센서는 카메라가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핵심 반도체인데, 앞으로는 최신 로봇과 자율주행차처럼 주변 환경을 정밀하게 인식해야 하는 산업에서 중요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첨단 패키징 부문에서도 TSMC는 한발 앞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허쥔 TSMC 첨단 패키징 기술·서비스 부문 부사장은 11일 타이베이 난강전람관에서 열린 2026 오시피 아시아·태평양 서밋에서, 회사가 올해 이미 5.5배 레티클 크기의 첨단 패키징 기술 코워스(CoWoS)를 양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9년에는 14배 레티클 크기의 코워스를 선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코워스는 그래픽처리장치와 고대역폭메모리를 하나의 기판 위에 고밀도로 쌓아 연산 성능을 높이고, 공간은 줄이며, 전력 효율도 개선하는 공정이다. 인공지능 반도체는 칩 자체의 성능 못지않게 이를 어떻게 묶고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어,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TSMC의 대규모 설비투자와 패키징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