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모든 것 2— 플레이어 지형도 편
엑시리스트(Exilist)
2025.12.08 19:31:20
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의 무대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승부는 어떤 코인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떤 플레이어 조합이 퍼즐을 완성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당국의 가이드라인 정비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단독 발행·유통 모델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거래소는 더 이상 혼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해 시장을 주도하기 어렵고, 반드시 은행이나 핀테크·빅테크 중 최소 한 축과 구조적으로 연합해야 하는 환경이 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 속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경쟁은 자연스럽게 코인 그 자체의 성능보다 플레이어들의 역할 분업과 파트너 조합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사건이 바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업비트 운영사)의 전격 합병 결정입니다. 국내 최대 간편결제 플랫폼과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의 결합은 “국내 디지털 금융·가상자산 시장 지형을 바꿀 큰 이벤트”로 평가되었습니다. 두나무는 한순간에 네이버의 거대한 커머스·페이 생태계 유통망을 확보했고,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은 가상자산·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손에 넣은 셈입니다.
이는 정책과 시장 현실 양면에서 교과서적 조합으로 불리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판도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 시장을 가져가려 하는 지, 본격적으로 그 지형도를 살펴보겠습니다.
규제가 만든 ‘역할 지도’
최신 규제 방향을 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참여하는 각 플레이어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서 제약을 받는지가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https://www.mk.co.kr/news/stock/11486378
먼저 그동안 시장에 떠돌던 “은행 지분 51% 이상 컨소시엄만 발행 허용” 설은 공식 확정된 정부 방침이 아닌 것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내부 검토 과정에서 “은행이 지배적인 발행 형태를 규정하는 글로벌 사례가 없고, 지분율은 사업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취지의 논리를 제시하며, 은행 독점형 구조를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접근에 선을 긋는 흐름을 보여 왔습니다.
최근 12월 1일 국회 당정협의 자료에서도 금융위는 핀테크 기업의 진입 허용 필요성을 강조하며, 은행 일변도보다는 글로벌 기준과 정합성이 높은 ‘개방형’ 발행 주체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정책 기조는 “은행만 가능”이라는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 한 발 물러나, 비(非)은행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참여할 수 있는 인가제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개방’이 곧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안의 기본 방향은 여전히 복수 주체 컨소시엄 기반 + 엄격한 인가제로 요약됩니다. 즉 발행인은 금융회사에 준하는 수준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100% 현금 등 준비자산 보유, 고객자산 도산절연, 발행·유통·상환 전 과정에 대한 감독당국의 검사·명령권이 법에 명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용자 수나 발행 규모가 큰 ‘중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의 협의 및 공동검사권, 스트레스테스트 의무 등을 통해 은행 못지않은 건전성 규율을 적용하겠다는 방향도 함께 거론됩니다. 요컨대 제도 초기의 그림은 “안정성을 우선 확보하되, 혁신 주체의 진입 경로를 원천 봉쇄하지 않는 절충형 구조”에 가깝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규제 설계는 자연스럽게 시장 참여자들에게 사실상의 ‘역할 지도(role map)’를 그려 줍니다. 확정에 가까운 메시지는, 한 개 회사가 발행부터 유통까지 모두 도맡는 모델에 대한 정치·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입니다. 학계와 업계에서도 “한 기업이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장악할 경우 독점 및 이해상충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은행권의 신뢰·안정 장치와 IT·플랫폼 기업의 활용·확장 역량이 결합된 구조를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해 왔습니다. 이 맥락은 결과적으로 거래소 단독 주체 모델의 한계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은행 51% 룰’ 자체가 애초에 확정 규칙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금융위는 12월 1일 전후의 설명 과정에서 “은행 지분 51% 컨소시엄 허용 등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는 취지로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 안이 부각된 배경에는 보수적 입장을 가진 한국은행과의 조율 과정에서 등장한 협상 카드 성격이 있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결국 현재의 쟁점은 단순히 “누가 발행하느냐”를 넘어, “어떤 거버넌스와 건전성 기준 아래에서 발행·유통이 통제되는가”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이 흐름을 종합하면 결론은 분명해집니다. 정책적으로 거래소가 ‘단독 주체’로 서는 모델은 현실성이 낮습니다. 대신 은행의 신뢰·자본, 핀테크·빅테크의 플랫폼·결제망, 거래소의 기술·유동성 인프라가 맞물리는 역할 분업형 연합 구조가 제도 정합성과 시장 확장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가장 유력한 경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역할 지도 위에서 각 플레이어 그룹이 어떤 강점과 한계, 그리고 어떤 ‘욕망’을 갖고 움직이는지 본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4대 플레이어 그룹의 ‘욕망과 한계’
원화 스테이블코인 판도에는 크게 네 갈래의 플레이어 그룹이 존재합니다. ①은행권, ②핀테크·PG(결제사업자), ③빅테크, ④가상자산 거래소가 그들입니다. 각 그룹은 저마다 노리는 목표와 안고 있는 제약이 있고, 규제 현실에 따라 맡을 수밖에 없는 역할이 나뉘어집니다. 특히 거래소는 기존의 “발행 주체” 이미지에서 벗어나, 연합을 완성시키는 기술·유동성 엔진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각 그룹별로 (a) 표면적 목표와 내재된 실질 목표, (b) 규제와 연결된 강점과 제약, ©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파트너십 방향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은행권: 신뢰 자본은 충분하나 속도의 딜레마
은행들의 표면적 목표는 언제나 “금융 안정성과 신뢰 확보”입니다. 원화 가치와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디지털 화폐에 준하는 무게를 가지므로,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와 지급준비 관리 능력 등 전통 금융의 노하우를 접목해 안정성을 담보하겠다고 강조합니다.
실제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은행들은 금산분리, 통화안정, 금융리스크 관리 등의 명분을 내세워 “은행만이 발행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의 실질적 욕망은 결제망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데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예금·대출·투자 등 기존 은행 업무 전반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은행권 입장에선 이 시장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통제하거나 적어도 핵심 지분을 확보하고 싶어합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익명으로 “은행만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게 하면 소수 대형은행이 시장 첫 단추를 독점하게 된다”는 내부 우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은행들이 그 “첫 단추”를 쥐고 싶어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은행권의 강점은 명확합니다. 막대한 자본력과 금융 규제 준수 능력, 그리고 대중적 신뢰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금융소비자들이 원화 기반 자산을 다룰 때 은행을 신뢰하는 정도는 타 업권을 압도합니다. 또한 은행들은 결제망, 계좌망 등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무엇보다 법적으로 원화 예치금을 취급할 수 있는 면허를 가진 주체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본적으로 예치금 100%가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어떤 형태로든 은행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은행권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습니다. 실제 글로벌 1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도 제휴 은행에 달러 예치금을 맡기고 그만큼의 코인을 발행하는 구조이고, 다른 주요 스테이블코인들도 대부분 은행 파트너를 통해 준비금을 관리합니다. 한국에서도 제도 설계 상 “발행엔 은행과 발행사가 필수”라는 원칙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권의 약점과 제약도 분명합니다. 혁신 속도와 디지털 플랫폼 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아무리 은행들이 안정성을 내세워도, 기술 기업 대비 서비스 혁신과 확장성 측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금융위도 “은행 주도만으로는 혁신성과 속도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은행들은 저마다 자기 페이먼트 플랫폼(예: KB의 Liiv, 신한의 신한플레이 등)을 갖고 있지만, 빅테크의 간편결제에 비해 이용자 규모나 활용도가 낮습니다.
규제 현실도 은행에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뛰어들 경우 은행들은 기존 자기자본 규제, 건전성 규제에 더해 추가적 부담(예: 준비자산 규제, 한은 스트레스테스트 등)을 떠안을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은행으로만 컨소시엄을 꾸리는 시나리오는 정치권 및 여론의 견제를 받을 위험이 있습니다. 당국 문건에도 “은행 지배적 형태의 글로벌 사례가 없다”고 언급됐듯, 은행 독식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는 “은행은 자체 페이를 보유한 경쟁 빅테크와 협업할 유인이 없다”며 은행 주도 모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은행권의 행보는 “기술력을 보완해줄 파트너를 물색하되, 주도권은 최대한 확보하려는” 방향입니다. 확정된 사실로, 현재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은 저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담 조직을 꾸리고 시범사업을 시작했습니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finance/1204566.html
예컨대 KB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등록하고 그룹 차원의 디지털자산 협의체를 가동 중이며, 자체 국제 송금 실험까지 병행하며 기술역량을 쌓고 있습니다.

https://www.etnews.com/20251023000333
신한금융은 자사 배달앱 ‘땡겨요’에서의 결제 테스트와 대형 유통사들과의 포인트-스테이블코인 교환 실험 등 실사용처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811142300002
하나금융은 한 발 더 나아가 해외 파트너와의 연대를 모색하며, USDC 발행사 써클 및 테더와 연이어 협력 논의를 공개했습니다. 또한 IBK기업은행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은행권이 단독 승부보다 핀테크·블록체인 기업과의 연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합리적 관측을 하자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앞장서면서도 혁신 파트너의 힘을 빌리는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행 주체로서 은행이 이름을 올리고, 핀테크나 블록체인 업체는 기술 공급자 혹은 2대 주주 역할을 하는 식의 컨소시엄이 유력한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 은행은 신뢰와 규제 대응을 담당하고, 파트너는 솔루션 개발과 서비스 혁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2) 핀테크·PG: 기민한 혁신가이지만 신뢰 기반이 약하다
핀테크 기업과 PG(결제대행)사들의 표면적 목표는 “지급결제의 혁신과 사용자 편의 제고”로 나타납니다.
https://www.unicornfactory.co.kr/article/2025071718111986362?external=direct
토스, 페이코, 각종 간편결제 스타트업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송금·결제 비용을 낮추고 속도를 높이며, 나아가 스마트 컨트랙트로 정산·결제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차세대 금융 인프라 구축이라는 대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핀테크 업계의 실질적 욕망은 그 뒤에 “기존 금융망을 우회한 새로운 시장 장악”에 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부터 유니콘 기업까지, 핀테크들은 오랫동안 은행과 카드사 중심의 결제망 수수료 구조에 도전해왔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이들에게 기회 창출의 무대입니다. 자체 코인을 발행해 사용자 락인(lock-in)을 강화하거나, 외환과 송금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거나, 더 나아가 탈은행 금융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해외송금·환전 특화 핀테크들은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은행 계좌 없는 글로벌 결제”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은행의 존재감을 줄이고 핀테크 주도로 결제 생태계를 재편하려는 야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핀테크·PG의 강점은 기술 혁신 속도와 사용자 경험 설계 능력입니다(확정된 사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하고 개선해온 경험이 있고, 모바일 UX/UI, 편의성 측면에서 소비자 친화적인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또한 크로스보더(국경 간) 서비스나 B2B 정산 자동화 등 틈새 시장에서 기민하게 솔루션을 내놓을 역량이 있습니다. 몇몇 핀테크는 이미 블록체인 인프라에 익숙해서, 자체 지갑이나 스마트컨트랙트 서비스를 개발해온 이력도 있습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다수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출원해 두었고, 사내 TF를 꾸려 사업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됩니다. 요컨대 핀테크들은 규제만 허용된다면 곧바로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핀테크의 약점은 신뢰와 자본력 측면에서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대형 핀테크(예: 토스)라 해도 은행에 비하면 자기자본이 작고, 무엇보다 대중에게 “내 돈을 100% 안전히 맡길 수 있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약합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예금과 매우 흡사한 성격이기에, 이용자들은 발행 주체의 신인도를 따져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점에서 핀테크 단독으로 시장을 끌기에는 여론의 의구심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또한 규제 측면 제약도 큽니다. 현행법상 전자금융업자나 결제업자는 고객자금을 예치할 때 반드시 은행 등 신탁기관을 거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향후 스테이블코인 인가제가 도입되어도, 핀테크가 준비금 100%를 자체 보유하는 형태는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결국 핀테크가 발행 주체가 되더라도 준비금은 은행 신탁, 혹은 은행과 공동 출자한 별도법인에 예치하는 구조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핀테크와 빅테크의 경쟁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빅테크 산하 핀테크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독립 핀테크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도 변수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핀테크·PG사가 선택할 파트너십 방향은 두 갈래로 예상됩니다. 첫째, 은행과 연합해 신뢰를 보완하는 길입니다. 실제로 토스뱅크(인터넷전문은행, 토스 계열)는 시중은행 주축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협의체에 참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은행권 컨소시엄에 핀테크가 들어가서 공동 발행하는 시나리오로, 핀테크는 프론트 서비스 개발을 맡고 은행은 후방 자금관리를 맡는 식입니다.
둘째, 가상자산 거래소와 손잡아 유통을 확보하는 길입니다. 빗썸은 2025년 말 “스테이블코인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까지 열며 핀테크 등 외부 파트너 물색에 나섰는데, 업계 2위 거래소인 빗썸 입장에서는 토스 같은 거대 핀테크와 연합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런 조합에서는 핀테크가 발행 및 유통의 프런트를 주도하고, 거래소는 온체인 기술 지원 및 코인 거래 유동성 공급을 맡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핀테크는 “기술 플랫폼 + α”가 필요하고, 그것이 은행의 라이선스와 신뢰일 수도, 거래소의 유동성 풀과 코인 생태계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3) 빅테크: 플랫폼 파워로 유통 승부, 그러나 규제 리스크는 경계
빅테크 기업(대형 IT플랫폼 기업)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새로운 주자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2023~2025년 사이 스테이블코인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하고 전사적 전략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들의 표면적 목표는 “사용자 플랫폼 내에서 원화와 디지털화폐의 자유로운 호환”입니다. 쉽게 말해,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에서 1원 단위로 코인을 사고팔고, 그 코인으로 어디서나 결제하거나 투자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하고 자사 플랫폼의 금융 생태계를 강화하는 움직임입니다.

https://www.mk.co.kr/news/economy/11385899
예를 들어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블록체인 지갑을 내장하고, 카카오페이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을 탑재하며, 그 예치금은 카카오뱅크에 맡기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이렇게 하면 카카오톡 메시지 쓰듯 송금이 가능해지고, 카카오페이로 온라인·오프라인 어디서든 코인 결제가 되며, 사용자는 그 배후가 카카오뱅크이므로 안심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빅테크의 실질적 욕망은 “플랫폼 주도권 강화와 신규 금융 패권 장악”으로 요약됩니다. 한국의 빅테크들은 이미 메신저, 포털, 이커머스, 간편결제 등 광범위한 생활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플랫폼들 간 “돈의 흐름”을 하나로 묶어, 자사 생태계 안에서 이용자의 금융 활동을 시작부터 끝까지 붙잡아 둘 수 있는 도구입니다.
실제 네이버-두나무 합병 발표 후 업계에서는 “업비트의 가상자산 거래 기반 위에 네이버페이 결제망과 커머스 네트워크를 얹으면, 결제·투자·자산관리로 이어지는 사용자 돈 흐름을 한 번에 잡는 구조가 된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이는 빅테크가 꿈꾸는 청사진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빅테크들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글로벌 확장도 노립니다.
네이버-두나무 연합은 장기적으로 “나스닥 상장 등 글로벌 자본시장 진출 전략을 뒷받침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해석되며, 카카오 역시 미국 등 해외 토큰경제 패권 경쟁에 대응하여 자본시장 토큰화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빅테크의 실제 노림수는 국내외 금융지형을 자신들의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입니다.
빅테크의 강점은 무엇보다 막강한 유통 파워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수천만 명의 국내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쇼핑·콘텐츠·메신저 등 일상 서비스와 결제망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네이버페이는 가입자 수와 사용처 면에서 국내 간편결제 분야 선두인데, 이번 합병으로 업비트와 결합하여 5천만 명 이상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커머스·투자 통합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메신저) + 카카오페이(결제) + 카카오뱅크(은행)라는 독보적 삼각편대를 구축한 상태여서,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역량이 가장 뛰어난 기업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이처럼 빅테크는 유통망, 고객 접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자체 기술력도 충분합니다. 카카오는 이미 자체 퍼블릭 블록체인을 발행했던 경험이 있고 네이버도 라인 등 계열사를 통해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다수 운영했습니다.
규제 적응력 측면에서도, 빅테크는 대형 금융사들과 제휴하고 금융 라이선스를 취득해 온 이력이 있어 비교적 노하우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전자금융업자 지위를 갖고 있고, 미래에셋과 손잡아 증권·보험 진출도 이루었습니다. 카카오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카드(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카드), 증권 (카카오페이증권) 라이선스까지 이미 보유 중입니다 한 마디로 “금융+IT 복합 역량”을 가장 잘 갖춘 집단이 빅테크입니다.
하지만 빅테크의 약점과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첫째, 규제 리스크입니다. 거대 IT기업이 금융까지 장악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정책당국과 사회에 존재합니다. 카카오는 이미 금융권 진출 이후 문어발 확장 논란과 함께 각종 견제를 받아왔습니다. 스테이블코인까지 섣불리 주도하면 “사실상의 사설화폐”에 대한 비판 여론이나 독점규제 이슈가 불거질 소지가 있습니다.

https://v.daum.net/v/20251203210316268
둘째, 정통 금융기관과의 관계입니다. 빅테크가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는 것은 전통 은행들에게는 가장 위협적인 시나리오일 수 있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빅테크와 협력하느니 차라리 은행들만의 컨소시엄을 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전문가들은 “은행은 자체 페이가 없는 핀테크와는 손잡아도, 자사 페이를 가진 경쟁 빅테크와는 협업 유인이 낮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빅테크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이 자칫 은행권 vs 빅테크의 구도로 그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해외 경쟁과의 충돌입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는 이미 테더, USDC 등이 군림하고 있고, 빅테크들도 (페이팔 등) 속속 참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빅테크의 코인이 국내용을 넘어 해외로 나가려면 거대한 국제 경쟁을 감수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도 전략적 딜레마가 있습니다.
빅테크의 파트너십 방향은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자체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필요 최소한의 부분만 외부 보완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표 사례인 카카오를 보면, 카카오는 그룹 내에 은행(카카오뱅크), 결제망(카카오페이), 플랫폼(카카오톡 등)을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자체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사용이 모두 가능합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2025년 초 그룹 차원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TF를 출범시키며, 외부 파트너 없이 그룹 내 퍼즐을 맞추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다만 합리적 관측을 더해보면, 카카오 역시 완전한 단독 행보를 고수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정책상 “복수 주체 컨소시엄” 기조가 확정된다면, 카카오뱅크 혼자 51%를 차지하는 구조보다는 다른 금융회사 일부와 지분을 나누는 안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변수는 가상자산 유통 채널입니다. 카카오의 코인이 나온다 해도, 국내 주요 거래소(업비트 등)에서 이를 상장시켜 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업비트는 자체 연합(네이버) 코인을 밀고 싶어 할 것이고, 빗썸도 자체 파트너(토스 등)의 코인을 우선할 것입니다. 따라서 카카오로서는 자체 플랫폼 내 폐쇄적 사용에 그칠지, 외부 거래소와도 제휴할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카카오페이만으로 코인 유동성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빗썸 같은 거래소와 느슨하게라도 엮이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는 이미 두나무(업비트)와 합치는 길을 택해 민간 주도 모델의 새 사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스스로 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거래소라는 외부 엔진을 과감히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통합 핀테크 기업(기업가치 약 20조원)을 탄생시켰습니다. 정리하면, 빅테크는 “내재화 vs 연합” 두 전략을 모두 활용하는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냐에 따라 외부 파트너십을 맺는 방향이 결정될 것입니다 (네이버는 은행 라이선스 부재를 거래소로 메웠고, 카카오는 거래소 유통 부재를 어떻게 메울지 고민하는 식입니다).
4) 거래소: 유동성 엔진이지만 단독으로는 달릴 수 없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한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여 시장을 주도하려는 야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2년 테라·루나 사태 이후 여론이 악화되고, 2023년 국회 입법 논의에서 거래소의 이해상충 문제가 지적되면서 이러한 구상은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이제 거래소들은 공식적으로도 “직접 발행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고, 대신 협업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두나무(업비트)와 빗썸 모두 올해 “자사가 직접 발행하기보다는 적절한 파트너와 협력하겠다”는 취지의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는 규제와 정치 현실을 반영한 전략적 후퇴로 볼 수 있습니다.
정책적으로도 거래소는 발행인이 될 수 없도록 강하게 규율될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위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에는 “거래소에 대해 자산 발행과 상장 관련 이해상충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즉 자기 플랫폼에 자기 코인을 올리는 행위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요컨대 거래소 단독 모델은 정책·여론 측면에서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거래소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판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연합을 완성시키는 엔진”으로서 거래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거래소의 강점은 한국에서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온체인 기술 역량과 유동성 공급 능력입니다.
업비트, 빗썸 등은 이미 수백만 명의 가상자산 투자자 회원을 확보하고 있고, 실시간 대규모 거래를 처리하는 매칭 엔진과 지갑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해왔습니다. 이들 플랫폼에서 스테이블코인-KRW 간 교환마켓을 열면 곧바로 유동성이 형성될 정도로, 거래소는 코인 생태계의 허브입니다. 실제 올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모만 약 83조 원에 달했을 만큼, 거래소들은 이미 스테이블코인 유통 채널로서 활발히 기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USDT 등의 해외 코인 위주). 또한 거래소들은 블록체인 개발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직접 메인넷을 출시하거나 스마트컨트랙트를 설계하는 기술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두나무는 이미 자체 “기와체인”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운영 중이며, 향후 이곳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의 약점은 역시 신뢰와 규제 측면에서 나타납니다. 우선 일반 대중에게 거래소는 “투기 시장의 플랫폼”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화폐 인프라 운영자로서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또한 거래소들은 여전히 해킹 위험, 시세조종 논란 등 리스크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소 단독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나온다면, 정부와 국회, 국민 정서 모두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울러 거래소는 전통 금융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에 원화 예치금을 직접 다룰 수 없고, 중앙은행 및 시중은행과의 소통 창구도 부족합니다. 최근 입법 논의에서도 한국은행은 거래소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보였고, 여당 TF조차 “거래소에 발행 독점권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이러한 환경을 감안하면 거래소는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고, 후방 인프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최선의 생존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거래소가 맡을 수밖에 없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바로 연합의 엔진, 다시 말해 유통과 기술의 허브입니다. 은행이나 핀테크·빅테크가 프런트에서 발행 및 사용자 서비스를 책임질 때, 거래소는 백엔드에서 코인 유동성을 공급하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발행은 은행(등 금융회사)이, 유통과 기반 기술은 IT기업(거래소 등)이 맡는” 구조로의 분업 가능성이 이미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그림에서 IT기업에는 가상자산 거래소도 포함됩니다. 실제 사례로,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나리오는 앞서 언급한 네이버-두나무 연합입니다. 업비트 거래소가 네이버페이 플랫폼의 유통망을 얻고, 네이버페이는 업비트의 코인 유동성을 얻는 윈윈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https://news.mtn.co.kr/news-detail/2025080413560950358
또 다른 사례로 토스-빗썸 협력설을 들 수 있습니다. 토스처럼 방대한 리테일 금융고객을 가진 핀테크가 있고, 빗썸처럼 코인 유통 풀을 가진 거래소가 있다면, 이것 역시 “이견 없이 유리한 조합”이라는 평가입니다. 정리하면 거래소는 이제 “내 코인”을 고집하지 않고 “누구의 코인이든 빨리 키우는 역할”로 자신들을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거래소 없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상상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은 든든한 2인자, 숨은 조력자로서 승자의 편에 서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 가장 앞선 ‘교과서적 조합’
앞서 살펴본 원화 스테이블코인 플레이어 퍼즐을 가장 먼저 완성한 사례가 바로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입니다. 이 조합은 정책 입안자들이 그리는 “은행 외 허용, 복수 주체, 인가제” 틀에도 잘 들어맞고, 시장이 요구하는 “은행의 신뢰 + 빅테크 유통망 + 거래소 유동성” 퍼즐도 거의 충족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메가 핀테크의 탄생”, “세기의 결합” 등으로 평가하며 사실상의 표준 시나리오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분에서는 네이버-두나무 연합이 가진 강점을 네 가지 축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유통, 유동성, 라이선스 퍼즐, 정치·여론 리스크 관리 측면입니다.
유통 측면: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은 국내 최대 규모의 생활 플랫폼 유통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월간 활성사용자 수, 제휴 가맹점 수, 결제 빈도 등에서 네이버페이는 카카오페이와 함께 양대 간편결제로 꼽히며, 특히 온라인 커머스 영역에서는 독보적 1위입니다. 두나무와의 결합으로 네이버페이는 무려 5천만 명 이상의 잠재 고객 기반을 갖춘 페이·커머스·투자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될 전망입니다.
사용자는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원화→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고 이를 결제와 투자에 바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관문을 한꺼번에 장악하는 효과를 냅니다. 과거 스테이블코인이 개별 거래소나 지갑 서비스 단위로 파편화되었다면, 이제 네이버라는 거대 포털이 일상 속 유통 채널을 제공함으로써 시장 규모를 단숨에 키울 수 있습니다. 예컨대 향후 네이버쇼핑이나 스마트스토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옵션이 추가되고, 네이버파이낸셜의 증권/보험 서비스에도 스테이블코인 연계 상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행보가 현실화된다면, 유통망을 선점한 플레이어가 얼마나 유리한지를 여실히 보여줄 것입니다.
유동성 측면: 두나무(업비트)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막대한 코인 유동성 풀을 보유한 플레이어입니다. 업비트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거래량 기준 1위이며, 스테이블코인 마켓(USDT 마켓 등) 운영 경험도 축적돼 있습니다. 네이버-두나무 연합은 업비트의 이러한 즉시 유동성 공급 능력을 바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화 스테이블코인(KRW-Stablecoin)을 업비트에 상장하면, 수백만 업비트 트레이더들이 초기 유동성 공급자 및 수요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가격 페그(1코인=1원)가 안정되도록 시장 메이킹을 하거나, 해외 거래소와 아비트라지(차익) 거래를 통해 국내외 시세를 균일화하는 데에도 업비트의 고빈도 트레이더 풀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두나무는 독자 블록체인인 ‘기와체인’을 통해 기술적 기반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높은 트랜잭션 처리 성능과 온체인 데이터 관리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기와체인이 네이버 생태계에 통합된다면, 온·오프체인 연동을 최적화하여 결제 트랜잭션을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편 두나무의 글로벌 네트워크(미국 투자사들과의 연계, 해외 지분 투자 등)도 스테이블코인의 해외 사용성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업비트 조합은 국내에서 가장 두터운 유동성 및 기술 백엔드를 확보한 셈입니다.

라이선스 퍼즐 측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은 규제 라이선스 퍼즐도 절묘하게 맞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선 금융당국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전자금융업자로서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아니므로, 네이버가 두나무를 손자회사로 편입해도 금산분리 위반 소지가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 내부 다수 의견입니다. 이는 이번 거래의 가장 큰 규제 리스크였는데, 깔끔하게 해소된 것입니다. 또한 합병 후 네이버파이낸셜은 일반 지주사로 전환되어, 직접 서비스 영업보다는 자회사 지분관리에 집중하는 구조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추후 스테이블코인 발행 법인을 별도로 세워도 지주회사가 지분을 보유하기 수월해집니다.
한편 두나무 입장에서는, 그간 부족했던 금융당국 접점을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획득하게 됩니다. 미래에셋은 국내 유력 금융그룹으로, 결국 대주주 구성이 IT기업+금융그룹+크립토기업 창업자로 혼합되는 셈인데, 이러한 거버넌스는 정부가 우려할 특정 집단의 전횡 가능성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앞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인가 심사에서 “주주 구성이 건전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는 점은 가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즉 네이버-두나무 연합은 라이선스 취득과 거버넌스 면에서 교과서적인 균형감을 갖췄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정치·여론 리스크 관리 측면: 마지막으로, 이 조합이 가진 정치적 및 대중 정서적 안정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거래소 단독 모델이 갖는 치명적 약점이 정치·여론 리스크라고 했는데, 네이버-두나무 조합은 이를 상당 부분 해소했습니다. 우선 “국민 메신저”라 불리는 네이버와 손잡음으로써, 스테이블코인이 일반 국민 생활 속 서비스로 포장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국회의 입법 논의나 여론전에서 “투기판 코인”이 아니라 “혁신 금융 인프라”로 어필하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실제 이번 합병 보도에서도 “핀테크 공룡 출범”, “금융 혁신” 같은 긍정적 프레임이 강조되었지, “코인 발행”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또한 정치권과의 소통 면에서도, 네이버는 국내 굴지의 ICT 기업으로 여러 정책 협의체에 참여해온 이력이 있어 우호적인 편입니다. 두나무 창업진 개인이 하는 것보다, 네이버 중심으로 대관(對官) 업무를 풀어나가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아울러 여론 리스크 분산 효과도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성공하면 네이버 혁신의 결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반대로 문제가 생기면 “네이버만의 잘못은 아니다”는 식으로 책임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반면 카카오처럼 모든 것을 단독으로 추진하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온전히 자기 몫이어서 부담이 큽니다.
네이버-두나무 모델은 이런 측면에서 리스크 공유형 연합의 장점을 보여줍니다. 물론 향후 규제 논의에서 은행이 개입되지 않은 민간 연합에 대한 견제가 남아 있긴 합니다. 특히 한국은행 등은 “빅테크+거래소 연합이라 해도 은행 수준의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다만 현재 정부안에 은행만 발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빠지고, 대신 은행 수준의 건전성 요건만 명시되어 있기에, 네이버-두나무도 충분히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요컨대 이들은 정책과 시장 현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교과서적 조합”으로서 선두 주자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습니다.
‘다음 표준’을 노리는 경쟁 구도
네이버-두나무 연합이 사실상 첫 번째 표준 사례로 떠오르자, 이제 시장의 관심은 “두 번째, 세 번째 표준은 누가 될 것인가”로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빗썸 진영과 카카오 진영의 움직임이 두드러집니다. 각각 업계 2위 거래소와 빅테크 1위 플랫폼이라는 강점을 가진 이들은 네이버-업비트 조합을 벤치마크하면서도, 다른 각도의 답안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빗썸이 그릴 수 있는 연합 시나리오와 카카오가 맞이한 전략적 딜레마를 비교 서사 형태로 살펴보겠습니다.
1) 빗썸: ‘토스+?’ 연합으로 추격전 펼칠까
빗썸은 업비트에 이어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로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판에서 결코 뒤처질 수 없는 입장입니다. 앞서 본 대로, 빗썸 경영진도 “우리 단독 발행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외부 협업을 모색 중입니다. 그렇다면 누구와 손을 잡을까요? 업계의 유력한 관측은 토스(비바리퍼블리카)입니다.
실제 최근 정황을 보면, 토스와 빗썸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협력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전담 TF를 꾸려 빗썸과 결제 시스템 연동 등을 논의하고 있고, 빗썸은 300억 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펀드를 만들며 공동 사업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 조합이 성사된다면, 네이버-업비트에 맞서는 제2의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시장은 평가합니다.
빗썸-토스 조합의 퍼즐을 맞춰보면 네이버-두나무와 유사하면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유통 측면에서 토스는 네이버만큼의 포털·커머스 파워는 없지만, 2400만 명 규모의 젊은 금융 플랫폼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토스앱은 송금, 주식, 대출, 카드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앱으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자체 전자결제망(토스페이먼츠)을 통해 온·오프라인 가맹점 확보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따라서 토스가 발행 주체가 되고 토스앱을 유통 창구로 삼는다면, 초기 사용자 풀 측면에서는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빗썸은 업비트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코인 유동성 허브입니다. 라이선스 퍼즐을 보면, 토스는 이미 인터넷전문은행(토스뱅크)을 보유하고 있어 은행 역량을 일부 내재화한 상태입니다. 더구나 토스뱅크의 주요 주주 중에는 하나은행 등 전통 금융사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는 향후 인가 과정에서 “은행 컨소시엄” 색채를 부여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예컨대 토스-빗썸이 합작으로 발행사를 세우고, 여기에 토스뱅크나 하나은행이 지분 일부 참여하면 금융+핀테크+가상자산의 혼합 컨소시엄이 완성됩니다 (합리적 관측).
정치·여론 리스크 면에서는, 토스는 빅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당국의 견제가 약했던 편이고 혁신 이미지가 강점입니다. 빗썸은 과거 해킹 사건 등으로 신뢰 이슈가 있었으나, 토스의 전면에 나섬으로써 어느 정도 이미지 완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빗썸-토스 연합은 “기민한 혁신가 + 한국형 거래소”의 결합이라는 서사로서, 네이버-두나무의 “거대 포털 + 최대 거래소”와는 또 다른 표준 모델을 노릴 수 있습니다.
물론 변수와 과제도 있습니다. 토스와 빗썸 모두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만큼 속도전에서 앞서가야 합니다. 네이버-두나무가 법 통과 직후를 노려 기선을 제압하려 들 가능성이 높으므로, 토스-빗썸도 이에 맞춰 파일럿 서비스나 기술 검증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카카오의 움직임도 토스-빗썸에게는 변수입니다. 만약 카카오가 독자 코인을 출시하면, 토스 입장에서는 카카오페이라는 거대한 경쟁 결제망과 맞서야 합니다. 이 경우 토스-빗썸이 은행 연합 쪽으로 기울어 추가 우군(友軍)을 확보하려 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과 손잡거나, 아니면 네이버-두나무처럼 주식 교환 등을 통한 빅딜을 감행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요약하면, 빗썸 진영은 토스와의 연합을 통해 2등 공략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연합이 제대로 결실 맺는다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네이버 vs 토스”의 빅테크 대전 양상까지 펼쳐질 수 있습니다.
2) 카카오: 자체 금융망으로 갈까, 외부 연합을 받을까?
카카오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가장 일찍부터 준비해온 빅테크이자, 현재 전략적 기로에 서 있는 플레이어입니다. 앞서 카카오는 은행·결제·플랫폼을 모두 내재화한 강점을 바탕으로 “자체 생태계 통합”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2025년 하반기까지 카카오 내부 태스크포스는 카카오톡 지갑, 카카오페이 결제, 카카오뱅크 커스터디를 연동하는 파일럿 설계를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고 전해집니다.
심지어 카카오페이증권까지 참여시켜, 장차 증권형 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을 아우르는 토큰경제를 구상 중이라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카카오가 “혼자서 퍼즐을 다 맞출” 준비를 해온 것은 확정된 사실입니다. 그러나 2025년 말 현재, 네이버-두나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카카오의 고민도 깊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의 딜레마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든 것을 자체 구축하면 최대 이익과 통제력을 얻지만, 남들도 내 플랫폼에 올라타주지 않을 수 있다.” 카카오가 자기 생태계 안에만 머무르면 타사 거래소 상장이나 외부 활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가 발행한 코인을 업비트나 빗썸이 상장 거부할 수도 있고, 은행들이 카카오 코인을 결제 인프라로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외부 연합에 나서면 네이버-두나무처럼 규모의 경제를 빨리 달성할 수 있지만, 카카오 고유의 통제력은 줄어듭니다. 특히 경쟁사와 손잡는 문제가 난제입니다. 현재로선 카카오가 네이버와 협력할 리는 만무하고, 남은 거래소 빗썸은 토스와 이미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빗썸과 손잡는 시나리오는 토스-빗썸 연합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진 거론되었지만, 지금은 개연성이 떨어졌습니다.
남은 선택지는 전통 금융권과의 제휴입니다. 카카오뱅크 외에 다른 은행들을 컨소시엄에 일부 참여시키는 방안인데, 실제로 은행들도 빅테크 코인을 견제하느니 차라리 일부 올라타는 전략을 택할 수 있습니다. 가령 신한이나 KB 등이 카카오 주도의 발행 법인에 지분 투자하는 형식입니다. 이 경우 카카오는 대외적으로 “은행 컨소시엄의 일원”이라는 명분을 얻고, 은행은 향후 성장과실 일부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협력이 이뤄지려면, 카카오가 주도권을 일부 양보해야 하고 지분 구조도 복잡해져서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카카오가 “얼마나 개방적인 판”을 짤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정책 스펙트럼이 보수적으로 기울면 카카오는 자체 금융망+α (일부 은행 파트너)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정책이 개방적으로 흘러가고, 네이버-업비트처럼 빅딜의 압박이 거세지면, 카카오도 보다 파격적인 연합을 고려할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가 가진 모빌리티, 콘텐츠 자회사들과 타사 금융플랫폼의 연대를 묶는 광범위한 연합전선도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카카오 측에서 외부 협업 언급은 거의 없었고, “블루오션을 개척해 그룹 부진을 돌파한다”는 의지는 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연 카카오가 스스로 ‘표준’을 만들어갈지, 아니면 필요에 따라 협력의 문을 열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자면, 2025년 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은 코인의 기술적 우열보다 “어떤 플레이어 조합이 제도와 시장의 퍼즐을 가장 빠르고 안전하게 완성하느냐”를 겨루는 게임에 가깝습니다. 이번 플레이어 지형도를 통해 확인된 핵심은 단순합니다. 정책이 허용할 수 있는 안정성의 범위 안에서, 시장이 실제로 쓰게 만들 수 있는 유통 동력을 누가 먼저 갖추느냐가 승부를 가른다는 점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승자의 조건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다만 이는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동시에 충족되어야 하는 구조적 요건’에 가깝습니다.
규제 신뢰의 확보 (Trust)
은행에 준하는 신뢰성과 준법 능력을 갖추는 것이 승자에게 반드시 요구됩니다. 이는 곧 준비금의 안정적 관리, 이용자 보호장치, 감독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을 의미합니다. 은행을 직접 포함시키거나, 아니면 은행 못지않은 엄격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현해 정책당국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발행주체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핵심 주체 당사자인 한국은행과 금융위 모두 “은행 못지않은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연합은 출발선에 서기 어렵습니다.
유통망의 장악 (Distribution)
국민 생활 플랫폼과 결제망을 선점하는 것이 두 번째 조건입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일상 경제와 밀착된 디지털화폐이므로, 이를 얼마나 편리하게 구하고 쓸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승자는 아마도 수천만 이용자가 이미 쓰고 있는 앱이나 서비스에 스테이블코인을 녹여낼 수 있는 그룹일 것입니다. 네이버-업비트 연합이 성공 케이스로 주목되는 이유도 네이버페이라는 거대 유통 창구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승자를 꿈꾸는 연합은 간편결제, 메신저, 커머스, PG망 등 적어도 하나 이상의 메가 유통 플랫폼을 자신들의 코인 유통 채널로 확보해야 합니다.
기술·유동성 인프라의 확보 (Technology & Liquidity)
끝으로, 견고한 기술 기반과 시장 유동성 공급 능력이 필수 조건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실시간 처리되는 디지털 자산이므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성능, 사이버 보안, 스마트컨트랙트 신뢰성 등이 승부를 가릅니다. 아울러 1코인=1원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거래 시장에서의 충분한 유동성이 뒷받침돼야 하고, 극한 상황에서도 가격 페그가 유지되도록 메커니즘이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기술과 유동성 엔진이 퍼즐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입니다. 결국 승자 연합은 이러한 인프라를 내재화했거나, 외부에서 효과적으로 끌어쓸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과 유동성은 글로벌 시장과도 직결되므로, 국내 승자가 곧 해외 경쟁력을 갖추는가의 여부도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조합이 최종 승자의 유력한 자격을 갖출 것입니다. 은행의 Trust, 플랫폼의 Distribution, 거래소의 Tech & Liquidity라는 세 개의 조각이 맞물릴 때 비로소 시장이 열린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분석으로 도출되는 결론입니다. 어느 한 축만으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디지털 원화 생태계”를 감당하기 어려우며, 세 축의 연합 압력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한국형 모델이 안착할 것입니다.
물론 실제 경쟁의 향배는 더 지켜봐야 합니다. 아직 법안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고, 플레이어들의 추가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연합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기술 측면에서는 어떤 블록체인 인프라를 선택하고, 글로벌 스테이블코인들과 어떻게 호환성을 가질지가 다음 쟁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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