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6만달러 아래로 밀리며 52주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약세 국면에 들어섰다. 가격 하락은 단순한 투자심리 위축만이 아니라 상장지수펀드 자금 유출, 대형 보유 주체의 매각 결정, 파생상품 시장 구조 변화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로 해석된다.
13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6일 오전 5만9천달러대로 떨어진 뒤 현재까지 5만9천달러에서 6만4천달러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비트코인은 2025년 10월 7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 12만6천198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난 상태다. 지난해 10월 고점 이후 하락 흐름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기대보다 조정 폭이 훨씬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기관 자금 이탈이 먼저 꼽힌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에서는 23억달러, 우리 돈 약 3조5천억원이 빠져나갔는데, 이는 올해 들어 월간 기준 최대 유출 규모다. 지난해에는 현물 ETF 출시가 기관투자자 유입 통로로 작동하며 가격 상승 재료가 됐지만, 올해는 같은 채널이 오히려 자금 이탈 창구가 되고 있다. 여기에 가격 하락이 선물시장의 레버리지 포지션 강제청산을 연쇄적으로 불러오면서 낙폭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유동성이 분산된 점도 비트코인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해외 파생상품 거래소들이 주식과 연계한 무기한 선물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고위험·고수익을 노리는 자금이 가상자산에서 일부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에 최대 20배까지 베팅할 수 있는 무기한 선물 상품을 연이어 상장했다. 여기에 스트래티지의 비트코인 매각 결정과 스페이스X 상장 이슈도 투자심리를 흔든 요인으로 거론된다.
앞으로 시장을 좌우할 변수는 미국 정책 논의에 쏠려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상원에서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법, 이른바 클래러티법의 통과 여부와 함께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논의를 주목하고 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발의된 미국 준비자산 현대화법을 포함한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논의가 향후 가상자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비트코인이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인정될 경우 정부뿐 아니라 금융기관 전반의 자산 배분 기준이 바뀔 수 있어, 과거 현물 ETF 승인보다 더 큰 파급력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 안으로 얼마나 깊게 편입되느냐에 따라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