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잔고(Zango)가 AI 기반 규제 준수 솔루션을 앞세워 480만 달러(약 69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넥서스 벤처 파트너스가 주도했으며, 사우스파크 커먼스, 노션 캐피털, 노 라벨 벤처스, 스타트 벤처스 등도 참여했다.
잔고는 금융 기관과 은행을 대상으로 자동화된 ‘에이전틱 AI’(Agentic AI)를 제공함으로써 규제 준수 작업에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자 한다. 공동 창업자인 리테쉬 싱가니아와 샤샹크 아가르왈은 이미 각각 컴플라이언스 분석 플랫폼 클리어글래스 애널리틱스와 AI 기반 사기 탐지 스타트업 서드워치를 성공적으로 창업한 경력을 갖췄다. 특히 서드워치는 2019년 인도 핀테크 기업 레이저페이에 인수되며 업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금융 산업에서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마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규제를 해석하고 분석해야 하는 과제가 뒤따른다. 기존 SaaS 솔루션은 ‘고객알기(KYC)’나 ‘자금세탁방지(AML)’ 정도의 초기 절차만 지원할 뿐, 대부분의 규제 프로세스는 여전히 수작업과 스프레드시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싱가니아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잔고는 자율 실행 기능을 갖춘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금융사의 일상적인 업무에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에이전트는 관련 규정을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변화하는 법령이나 지침에 대응해 필요한 문서를 자동 작성한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규제 기관과의 협의에만 48시간이 소요되던 프로세스를 잔고 플랫폼을 활용하면 4시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사용자는 단순히 "X 국가에서 대출 상품을 출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만 입력하면, AI가 필요한 규제 자료, 이행 절차, 관련 문서, 인용 출처, 위험 분석은 물론 향후 관리 전략까지 모두 도출한다. 여기에 사람의 개입을 더해 100% 정확도를 확보함으로써 실질적인 ‘솔루션’ 제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싱가니아는 "우리는 도구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결과를 제공한다"며 “안정성은 플랫폼이 아닌 명확한 결과로부터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2024년 기준 영국 내 금융 범죄 대응 비용은 약 520억 달러(약 74조 8,000억 원)에 달한다고 렉시스넥시스 리스크 솔루션의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크립토, 디지털 결제, AI 기반 도구가 불법 활동의 확산에도 활용되면서 효율적 컴플라이언스 도입이 기업 생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잔고는 포르투갈 4대 은행인 노보방코를 포함해 영국과 EU의 주요 디지털 은행인 몬조, 유니테크놀로지 등과 협업하고 있다. 유니의 컴플라이언스 책임자인 사비나 아우스펠트는 “향후 규제 대응 작업의 판을 바꾸는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투자금은 런던 및 벵갈루루 개발팀 확충에 활용될 예정이며, 은행 산업을 넘어 보험 및 자산운용과 같은 금융 전반으로 AI 솔루션을 확장하는 데에도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