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법률 기술 스타트업 벤치IQ(Bench IQ Inc.)가 인공지능 기반 사법 분석 플랫폼 개발을 위해 530만 달러(약 76억 3,000만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2023년 이미 210만 달러(약 30억 2,000만 원)를 프리시드 단계에서 유치한 바 있는 벤치IQ는 이번 투자로 성장세에 가속을 붙일 계획이다.
벤치IQ의 핵심 제품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판사의 과거 판결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당 판사의 성향과 판단 기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이미 미국 법률 전문지 아메리칸 로이어 상위 5대 로펌 중 4곳이 도입한 상태다. 특히 판결문이 없는 사건까지 포함한 비공식 판결 사례를 분석해 변호사들이 전략을 사전에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차별점이다.
짐오 오브비아젤레(Jimoh Ovbiagele)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법률 업무 자동화에 머무르지 않고, 인공지능이 이전에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사법 데이터를 활용해 변호사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소송에 접근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로스 인텔리전스(Ross Intelligence)를 공동 창업한 인물로, AI 기술의 법률 실무 적용에 깊은 통찰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벤치IQ는 미국 연방 법원 판결 중 약 97%가 서면 형태가 아닌 구두나 간접적인 방식으로 내려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를 위해 독자적인 데이터 수집 및 처리 기술을 개발했으며, 상업용 대형 언어 모델에 해당 데이터를 학습시켜 실제 판결 경향과 논리 흐름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오브비아젤레 CEO는 “판결 결과를 예측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들이 각각의 판사에 맞는 설득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심을 뒀다”고 설명했다.
벤치IQ는 현재 미국 연방 법원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새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수천 명 이상이 활동 중인 주 법원 데이터 확장에 착수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영국, 캐나다 등 일반법(common law) 기반의 해외 사법 시스템에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단순한 리서치 도구를 넘어, 실제 소송 전략 수립 과정까지 아우르는 '법률 전략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다. 오브비아젤레는 “NFL 감독이 상대 팀의 전술과 선수 성향을 분석해 경기 전략을 짜듯, 우리는 판사라는 변수에 맞춰 맞춤형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투자에는 배터리 벤처스(Battery Ventures), 이노비아 캐피털(Inovia Capital), 캐나다 CIBC 이노베이션 뱅킹, MVP 벤처스, 메이플 VC(Maple VC), 헤이스택 벤처스(Haystack Ventures) 등이 참여했으며, 이전 프리시드 라운드엔 세 곳의 법률회사와 여러 법률 기술 업계 베테랑들이 이름을 올렸다.
벤치IQ는 정확한 매출과 고객 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사용량과 좌석 수에 따라 과금되는 구조를 갖췄다. 기업 전용 맞춤 분석 서비스도 준비되고 있다. 제품의 기술을 이끄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막심 이사코프(Maxim Isakov)는 로스 인텔리전스 출신이며, 최고고객책임자(CCO) 제프리 겟틀먼(Jeffrey Gettleman)은 복잡한 챕터11 파산 소송 전문으로 활동했던 17년 경력의 베테랑 변호사다. 스타트업의 창업팀은 AI와 법률 도메인 전문성이 조화를 이룬 드문 구성으로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