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인 엔비디아(NVDA)가 또다시 시장의 방향성을 좌우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실적에서 GPU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와 클라우드 대기업, 즉 하이퍼스케일러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엔비디아의 산업적 영향력은 더욱 강화됐다. 수익과 매출 모두 시장 전망을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AI 팩토리 구축과 관련된 인프라 투자 흐름 역시 함께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의 성장세 이면에는 소수 대형 고객군에 대한 매출 편중이 존재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GOOGL),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면서, AI 중심의 인프라 투자가 이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로 정착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GPU 수출 제약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는 Q2에 이어 Q3에서도 중국 매출 없이 사상 최대 수익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자사 제품에 대한 수요 강도가 얼마나 공고한지를 방증하고 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전략은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절감한다’라는 공식으로 요약된다. GPU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인해 모델 학습과 서비스 배포 효율성까지 확보하면서, 이들은 AI 확산의 실질적 추진체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차세대 모델인 GPT-5에 대한 언급이 이러한 구조를 재확인시킨다. 성능 면에서 큰 진보는 없었지만, 운영 효율성과 원가 절감 효과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주목할 논점은 브로드컴(AVGO)이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및 하이브리드 인프라 전략이다. 최근 VM웨어 인수를 통해 AI/클라우드 통합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브로드컴은 네트워크 칩(토마호크·제리코)으로 엔비디아의 GPU 중심 설계에 대응할 수 있는 보완재 구실을 강화하고 있다. VM웨어의 제품 라인업 역시 가격 인상 우려 속에서도 빠르게 정비되며, ‘불확실성 기업’에서 ‘제품 중심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전통기업의 AI 도입은 다소 더디다. 델(DELL) 등 주요 벤더 실적에서 확인된 스토리지 매출 감소는 클라우드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온프레미스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보안 이슈, 규제 환경, 내부 인프라 통합 문제 등으로 인해 POC 수준의 시범 프로젝트만 늘어나고, 완전한 전환은 여전히 제약적이다.
이러한 산업적 전환점에서 네트워크 인프라는 핵심 경쟁우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네트워크 병목 해소와 가속화를 위한 브로드컴의 차세대 칩 설계는, GPU 통합 인프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결국 AI 팩토리는 단순한 칩이 아니라, 전체 스택의 유기적 통합을 전제로 하는 시스템 전환의 중심에 놓여 있다.
엔비디아의 성공과 브로드컴의 약진, 하이퍼스케일러의 초대형 투자 흐름은 AI 산업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 국면에 오른 것을 시사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의 불균형, 생태계 의존도 리스크, 규제 이슈 등 해소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AI 인프라 시장은 이제 본격적인 기로에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