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미스트랄AI가 최근 진행된 시리즈 C 투자 라운드를 통해 약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137억 달러(약 197조 원)로 끌어올렸다. 이번 투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주도했고, 엔비디아(NVDA), 안드리센 호로위츠, DST글로벌, 제너럴 캐털리스트, 인덱스벤처스 등 글로벌 핵심 벤처캐피털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투자 유치는 단순한 자금 확보를 넘어, AI 모델을 작동시키는 데 필수적인 차세대 칩 인프라 구축 전략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SML은 삼성전자, 인텔, 애플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첨단 리소그래피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로, 미스트랄과의 협력을 통해 AI와 반도체 밸류체인의 전략적 연결고리를 마련한 셈이다.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파트너십이 고객에게 혁신적인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고, 공동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AI 스타트업 중 유럽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미스트랄은 다국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오픈AI와 구글의 제미니에 맞설 수 있는 경쟁사로 평가된다. 대표 챗봇 ‘르샤(Le Chat)’는 음성과 이미지 편집 기능을 결합해 사용자 경험을 크게 강화했으며, 여기에 탑재된 오픈소스 음성 인식 모델 ‘복스트랄(Voxtral)’은 오픈AI의 위스퍼보다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스트랄은 지난 5월 ‘미스트랄 미디엄3’라는 새로운 범용 모델을 선보이며 메타(META)의 라마 4 매버릭과 코히어의 기업형 AI 솔루션보다 뛰어난 성능·가격비를 입증한 바 있다. 이후 6월에는 코드 생성 및 지원에 최적화된 ‘미스트랄 코드’와 복잡한 추론에 대응하는 ‘매지스트랄’ 시리즈 등을 연이어 공개하며 기술력 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투자와 함께 ASML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로저 다센이 미스트랄 전략위원회에 합류한다. 미스트랄 CEO 아르튀르 멩슈는 “ASML의 투자는 AI와 이를 떠받치는 IT 인프라 전체를 혁신할 동력이 될 것”이라며 “AI를 통해 반도체 산업 전반이 직면한 기술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미스트랄은 제너럴 캐털리스트 주도로 6억 4,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6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데 이어, 이번 투자로 불과 1년 만에 2배 이상의 밸류에이션 점프에 성공했다. AI와 반도체, 양대 기술 진영이 긴밀히 맞물린 이번 사례는 글로벌 기술 생태계 내에서 한층 입체적인 전략 협력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