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AI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며 '거품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와 월가에서는 메타(META), 엔비디아(NVDA),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빅테크들이 잇따라 AI 인프라에 수십조 원대 투자를 단행하고 있음에도, 그 이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AI 시장의 과열 논란은 미국 정치권의 기술 규제 강화 움직임과도 맞물리며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최근 세계 최초로 AI 안전법을 제정했고, 애플(AAPL)이 이에 따라 일부 앱 서비스를 제한하는 등 정치와 기술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는 상황이다. 백악관의 암호화폐 규제 강화 조치까지 더해지며 이른바 '정치가 AI를 집어삼키는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큐브리서치(theCUBE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 데이브 벨란테는 "AI 시대에는 기술·비즈니스·가격 모델 자체가 완전히 새롭게 재편될 것"이라며 "대다수 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전환하는 데에만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 시장은 자가학습 형태로 진화하며 기업의 '암묵지'마저 시스템에 녹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버블에 대한 우려는 과거 닷컴버블과의 유사성이 자주 언급되며 더욱 부각되고 있다. 벨란테는 "닷컴버블은 부채에 기반한 투자였다면, 지금 AI 버블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지출(CapEx)로 확장된 시장"이라며 "그러나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 다시 부채 의존도를 높이고 있어 순환구조에 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와 오픈AI의 144조 원대 협력 투자와 메타의 20조 원 규모 코어위브(CoreWeave) 인프라 확장은 상징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 같은 막대한 투자가 모든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진 않는다. 벨란테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 거품은 꺼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AI 엣지 컴퓨팅을 통해 추론과 학습을 분산화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더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최근 MIT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생성형 AI 실험 중 약 95%가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장의 기대는 고전적인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가 아닌 'AI-네이티브'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동하고 있다. AI를 처음부터 중심기술로 설계한 신생 기업들이 인당 수익성과 생산성 면에서 선도 기업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기존 SaaS 기업들이 AI 기능을 기존 플랫폼에 '주입'해 대응하는 반면, AI-네이티브 앱들은 대규모 모델 기반 구조 자체를 처음부터 설계한다. 더큐브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과거 SaaS 혁신과 유사한 패턴으로, 향후 AI 시장의 제2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2의 세일즈포스나 줌을 탄생시킬 토양이 이미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최전선에서는 오픈AI와 앤트로픽(Anthropic) 등 AI 스타트업 간 모델 경쟁도 치열하다. 앤트로픽은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코드 생성 모델 '클로드 소넷 4.5'를 출시했으며, 오픈AI도 비디오 생성 모델 '소라 2'를 공개했다. 이른바 '챗GPT 시대' 이후의 영상·코드·데이터 통합 모델 시대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주도할 유력 기업으로는 아마존(AMZN), 구글(GOOGL),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벨란테는 "이 세 기업은 향후에도 시장을 분할 점유하며 '트라이오폴리'를 형성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급부상 중인 알리바바(BABA)나 코어위브 등 신흥 클라우드의 도전에도 이들의 기존 지배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 일각에선 AI 시장에 대해 지나친 낙관과 비관을 경계하며, 보다 정밀한 인프라 전략과 기술 진화 속도에 주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AI 거물로 성장 중인 인물들이 다음 방향타를 어디로 틀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더큐브 팟캐스트에는 마이클 델, 젠슨 황, 팀 쿡, 일론 머스크, 마이클 세일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이 거론되며 AI 시대의 정치·기술·리더십을 둘러싼 지형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