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발전에 대한 전 세계의 열망이 커지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의 부족이 새로운 자본 시장을 촉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2030년까지 AI 연산 수요로 인해 세계 데이터센터 관련 자본 지출이 6조 7,000억 달러(약 9,648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AI 네오클라우드를 구축하려는 기업들의 파격적인 금융 거래가 잇따르고 있으며, 미국 조지아주에 본사를 둔 큐뮬러스AI(QumulusAI)가 대표적인 사례로 부상했다.
최근 큐뮬러스AI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프로토콜 USD.AI를 통해 총 5억 달러(약 7200억 원) 규모의 비회수 조건(non-recourse) 금융 조달에 성공했다. 이 거래는 퍼미안랩스(Permian Labs)가 주도해 설계·구현한 것으로, 전통 금융 시스템이 아닌 탈중앙화금융(DeFi)을 활용하여 AI 인프라 자산을 디지털화하고 유동화 가능하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이번 조달 모델은 단순한 신용공여가 아닌, 실물 하드웨어(GPU 등)를 디지털 자산으로 ‘토큰화’해 세계 어디에서든 거래 가능한 담보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퍼미안랩스는 GPU에 기반한 수익 기대치를 반영한 ‘GPU 수취증 토큰(GWRT)’을 발행하고, 이를 USD.AI 같은 블록체인 기반 대출 프로토콜에 담보로 제공한다. 이후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 스테이블코인을 대출받아 즉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자산 기반 대출이 단기간 내 가능해진 것이다.
큐뮬러스AI는 이번 금융 모델을 통해 대형 AI 프로젝트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기존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과거와 달리 희석 없는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고, 높은 자본 비용이나 부채 리스크 없이 사업 확장이 가능해졌다. 특히 GPU 장비의 70%까지 실시간 담보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 혁신적이다.
기술적 차별화 전략도 돋보인다. 큐뮬러스AI는 자체 제어된 발전시설에서 확보한 전력, 독자 설계 데이터센터, 수직 통합 클라우드 시스템까지 보유하고 있어 완전한 자립형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AI 스타트업 및 연구기관 등 다양한 수요자의 연산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신임 CEO 마이클 매니스칼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팅 자원이 일부 대형 AI 연구소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상쇄하기 위해 큐뮬러스AI는 보다 공정하고 접근 가능한 인프라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탈중앙화 금융과 실물 인프라가 융합된 금융 모델은 향후 클라우드 시장 자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GPU 등 고가 연산 자원을 필요한 기업에 빠르게 공급함으로써, AI 연산 격차를 단축하고 AI 기술의 글로벌 민주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번 사례는 큐뮬러스AI만의 전략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이 금융 템플릿은 향후 수십 곳의 신생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에 의해 반복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 수조 달러 규모의 자본이 더 빠르게 흘러들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AI 경제의 성장 엔진이자 새로운 기술 금융의 모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