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인공지능(AI)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려면, 내부 데이터를 바라보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언뜻 마법처럼 보이는 대형 언어 모델(LLM)은 사실 그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언어 규칙을 추론하는 통계적 예측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구조차 기업 내부의 복잡하고 단절된 데이터 환경에서는 무력해진다. AI가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메타데이터다.
기업 내부 데이터는 통일된 구조 없이 다양한 부서, 포맷, 시점에 따라 생성된다. 고객 정보가 담긴 테이블은 ‘active_clients’로 명명되고, 북동부 지역을 뜻하는 값은 ‘region_id = 4’로 정의된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시스템 간 서로 공유되지 않으며, 심지어 명칭조차 암호처럼 복잡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 부서는 ‘rev_amt’와 ‘cost_amt’로 수익을 관리하고, 다른 부서는 전혀 다른 정의를 따를 수 있다. LLM이 이를 알 리 없다. 여기에서 AI의 한계가 분명해진다.
결국 기업은 이러한 데이터 격차를 인간의 기억과 경험에 의존해 메워왔다. 특정 지표의 의미나 급등 원인을 알고 싶을 때마다 해당 담당자에게 물어야만 했다. 위키, 문서, 설명서로 이 지식을 디지털화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대부분 유지 관리에 실패하고 말았다. 인력 이탈과 조직 변화가 누적될수록 맥락은 사라지고, 기업은 데이터라는 자산을 비효율적으로 방치하게 된다.
데이터 레이크라는 형식으로 원천 데이터를 무조건 수집했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위치’가 아니라 ‘데이터의 의미’다. 메타데이터는 데이터를 정의하고, 비즈니스 맥락과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특히 대화형 AI 시스템이 정교하게 작동하려면, 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지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데이터 제품화’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를 생성한 팀이 그 정의와 품질, 사용 방법까지 직접 문서화하고 이를 제품처럼 배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데이터와 메타데이터가 동시에 생성되고 함께 유지되므로, 시간이 지나도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다.
또한 현대 기업은 이러한 데이터 제품을 중심으로 ‘데이터 카탈로그’를 구축하고, 조직 전체에 걸쳐 표준화된 의미 체계를 만드는 ‘지식 그래프’와 ‘온톨로지’를 설계하고 있다. 이들은 고객, 주문, 수익 등 주요 개념 간의 관계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해준다. 여기에 시맨틱 레이어까지 더하면, AI나 사람이 동일한 단어를 쓰며도 혼란 없이 의미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플랫폼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기업은 단순한 인프라 제공자를 넘어서, 조직 내 AI 의사결정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내부 데이터의 참조 기준이 되는 카탈로그와 시맨틱 도구는 이제 기업용 AI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이 앞으로의 10년을 AI 시대의 승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더 많이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이해하고 연결하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원시 데이터가 아니라, 그 데이터에 덧입혀진 의미, 즉 메타데이터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단지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AI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게 만드는 궁극적인 열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