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공장·물류·로봇 같은 현실 산업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이른바 ‘피지컬 AI’ 국면에 들어서면서, 시장에서는 단순히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보다 기술 확산 과정에서 생기는 병목을 풀어주거나 AI를 실제 수익 창출 수단으로 잘 활용하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최동근 ETF운용팀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최초 피지컬 AI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의 운용 전략을 설명하며, AI 시설투자 수혜주 가운데 기술적 병목 해소 능력이 있는 기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AI 투자 주도주가 그동안 그래픽처리장치, 전력, 고대역폭 메모리, 스토리지, 광통신 인프라 순으로 이동해온 흐름을 감안한 접근이다. AI 산업이 커질수록 특정 부품이나 인프라가 부족해지는 구간이 반복되기 때문에, 다음 부족 지점을 메우는 기업이 새로운 수혜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최 팀장은 동시에 AI를 ‘잘 쓰는 기업’에 대한 분산 투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AI 관련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만이 아니라, AI를 경영 전략 수립과 데이터 통합, 고객 수요 예측, 제품·서비스 개선에 적극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물류기업 페덱스를 사례로 들며 AI 활용 확대가 수익성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고, 반대로 UPS는 AI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AI를 만드는 기업’만큼이나 ‘AI를 써서 돈을 버는 기업’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피지컬 AI의 적용 범위도 생각보다 넓다는 게 이날 설명의 핵심 가운데 하나였다. 최 팀장은 휴머노이드나 자율주행만이 피지컬 AI의 전부가 아니라며, 이미 반도체 공장의 첨단 제조공정, 지능형 물류 시스템, 무인화 항만, 헬스케어 분야의 초정밀 수술 로봇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AI가 화면 속 소프트웨어를 넘어 센서·로봇·설비와 결합해 현실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고 판단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는 제조업과 운송업, 의료서비스처럼 전통 산업으로 분류되던 분야의 생산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파급력이 적지 않다.
유망 분야로는 에너지, 광통신 인프라, 반도체, AI 모델, 애플리케이션이 제시됐다. AI는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력망과 발전 설비를 포함한 에너지 인프라 확보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또 데이터 이동량이 폭증하면서 기존 구리 기반 네트워크의 한계를 보완할 광통신 인프라가 차세대 성장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분야 역시 여전히 핵심이다. 병목 현상이 고대역폭 메모리와 D램을 넘어 중앙처리장치, 기판, 전력 반도체, 아날로그 반도체로 번지면서 사실상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AI 모델 분야에서는 AI가 단순 답변형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에이전트 AI’로 진화하는 점이 주목됐다. 오픈클로와 앤트로픽 같은 기업이 거론됐고, 중화권 AI 기업들도 기술 수준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AI가 실제 경제 성장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 모이고 있다. 최 팀장은 아직은 생산성 혁명을 논하기에 이른 단계라면서도, 4~5년 뒤에는 경제 성장 전반에서 AI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의 AI 투자가 단기 유행에 그치지 않고 산업 구조와 기업 경쟁력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AI 인프라와 반도체 같은 기반 산업, 그리고 AI를 현장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판단이 더욱 세분화되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