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도입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다만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쓸 만한 결과’를 꾸준히 내는 일이 더 어려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에이피언(Appian)은 생성형 AI 자체보다, 이를 기업 프로세스 자동화에 안정적으로 붙여 ‘정확도’와 ‘감사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피언의 제품관리 부문 부사장 제이크 랭크(Jake Rank)는 ‘앱피언 월드 2026’에서 “AI만 따로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내장된 기능을 업무 뼈대 안에서 쓰도록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시방편식 ‘애드혹 AI’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문제를 풀기 위한 ‘의도된 기능’이어야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서 처리 고도화…복잡한 엑셀도 겨냥
이번 행사에서 눈에 띄는 발표 중 하나는 문서 처리 기능 확대다. 에이피언은 ‘닥센터(DocCenter)’를 통해 대형 스프레드시트, 매크로, 분할 셀, 여러 탭이 포함된 복잡한 엑셀 파일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그동안 기업 데이터 중에서도 활용이 까다로운 영역으로 꼽히던 문서형 정보를 AI로 읽고 처리할 수 있는 폭을 넓힌 셈이다.
핵심은 ‘피드백 루프’다. 정확도가 기대에 못 미치면 시스템이 실패 사례를 분석해 설정값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자동으로 추천한다. 랭크는 비전문가도 이 과정을 빠르게 반복해 정확도를 80%에서 90%, 나아가 99%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객사에서도 이런 개선 흐름이 자주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업무 화면 안으로 들어온 AI 에이전트
에이피언은 에이전트 기능도 한층 실무형으로 다듬었다. 새로 공개한 ‘인라인 에이전트 협업’은 AI 비서를 별도 창이 아니라 실제 업무 화면 안에 직접 넣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워크플로를 벗어나지 않고도 맥락에 맞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인력 이동이 빨라지면서 조직 내부의 ‘암묵지’가 빠르게 사라지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숙련자의 판단이나 업무 노하우를 시스템 안에서 보완하려는 시도라는 의미다. 여기에 사용자가 에이전트 응답에 ‘좋아요’ 또는 ‘싫어요’ 형태로 바로 피드백을 남길 수 있게 했고, 플랫폼은 이 신호를 바탕으로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랭크는 초기 정확도가 75% 수준이던 에이전트가 30분가량의 피드백만으로 95%까지 올라간 사례를 소개했다. 충분한 데이터가 쌓여야만 성능이 좋아지는 구조가 아니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도 품질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데이터 패브릭에 MCP 접목…외부 AI 도구도 연결
이 같은 기능의 기반에는 에이피언이 오랜 기간 구축해 온 ‘데이터 패브릭’이 있다. 이는 여러 기업 데이터 소스를 하나의 읽기·쓰기 가상화 계층처럼 연결하는 구조다. 데이터를 원본 시스템에 그대로 둔 채 조회하고 연계하며, 행 또는 열 단위 보안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별도의 데이터 웨어하우스 이전 부담을 줄이면서도 통합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함께 발표된 MCP(Model Context Protocol) 지원은 데이터 패브릭의 외연을 더 넓힌다. 이를 통해 외부 AI 도구나 서드파티 에이전트도 에이피언 환경 안의 데이터와 프로세스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에이피언 자체 AI뿐 아니라 다른 AI를 도입하더라도, 기업이 구축한 거버넌스와 업무 통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랭크는 “결정론적 프로세스와 에이전트형 프로세스를 함께 쓰면 문제 성격에 맞는 방식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모든 업무를 생성형 AI에 맡기기보다는 규칙 기반 자동화와 AI 에이전트를 혼합해 현실적인 운영 모델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도입’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가능성
이번 발표는 기업용 AI 경쟁이 이제 ‘무엇을 만들 수 있나’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나’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기업 프로세스 자동화 시장에서는 정확도, 보안, 추적 가능성,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는 개선 체계가 실제 도입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
AI 기능을 붙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만큼, 에이피언의 전략은 기업 프로세스 자동화 안에서 반복 가능한 성과를 만드는 데 맞춰져 있다. 결국 시장의 관심도 ‘화려한 AI 데모’보다, 현업에서 오래 버티는 ‘실전형 AI’로 빠르게 옮겨가는 흐름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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