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 모델 그록은 초기 화제성과 소셜미디어 엑스(X)와의 연동 효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용 지표와 기업 시장 침투 속도에서 경쟁 서비스들에 밀리며 성장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그록의 부진은 단순한 이용자 감소를 넘어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 자원인 컴퓨팅 인프라 경쟁에서도 드러난다. 그록 개발사 xAI를 합병한 스페이스X는 지난 6일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데이터센터 ‘콜로서스1’이 보유한 컴퓨팅 용량 전체를 앤트로픽에 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인공지능 모델 성능은 대규모 연산 자원 확보에 크게 좌우되는데, 이 시설을 경쟁사에 통째로 내줬다는 점은 xAI와 그록이 자체 성장에 필요한 자원 배분에서 여유롭지 않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특히 앤트로픽과 오픈AI가 폭증하는 수요에 대응하려고 연산 자원 확보전에 나선 상황에서, 스페이스X가 상대적으로 컴퓨팅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앤트로픽을 지원한 셈이어서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실제 이용자 지표도 예전만 못하다. 앱 분석업체 앱매직에 따르면 그록의 다운로드 수는 2026년 1월 2천만건 이상으로 정점을 찍은 뒤 4월에는 약 830만건으로 줄었다. 그록은 2년 전 출시 이후 엑스와의 통합, 자극적 대화 기능 등으로 단기간에 대중의 이목을 끌었지만, 이런 화제성이 장기적인 충성 이용자 확보로 이어지지는 못한 모습이다. 리서치 업체 레콘 애널리틱스가 미국 인공지능 사용자와 근로자 26만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올해 2분기 그록의 유료 이용자 비율은 0.174%로, 1년 전 0.173%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반면 챗GPT 유료 이용자 비율은 6%를 넘었다. 머스크가 지난달 말 오픈AI 상대 소송과 관련해 법정에서 xAI를 “매우 작은” 기업, “AI 기업 중 가장 작은” 기업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 발언으로 읽힌다.
그록은 한때 논란이 된 기능으로 사용량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퇴사자들에 따르면 사용자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한 설정이 참여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줬다. 실제로 1월 다운로드 급증은 사진 속 인물의 옷을 가상으로 벗기는 기능이 추가된 뒤 나타났다. 그러나 이 기능이 미성년자 사진에도 널리 쓰이면서 규제 당국과 미국 의회의 조사 대상이 됐고, 회사는 결국 접근을 제한했다. 이는 단기적인 관심을 얻는 기능이 오히려 규제 리스크를 키우고 서비스 신뢰도에는 부담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
기업용 시장, 특히 경쟁이 가장 치열한 코딩 도구 분야에서도 그록의 존재감은 제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엔터프라이즈 테크놀로지 리서치(ETR)의 연구 책임자 에릭 브래들리에 따르면 그록은 기업 조직 내에서 거의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구글의 제미나이 사용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ETR이 지난 3월 약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8%가 자사에서 클로드를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1년 전 21%에서 크게 뛴 수치다. 제미나이는 같은 응답이 40%로, 1년 전 27%보다 상승했다. 반면 그록은 7%로 1년 전 4%에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결국 현재 인공지능 시장은 단순한 화제성보다 안정적 성능, 기업 도입 편의성, 충분한 연산 자원 확보가 승부를 가르는 구조로 바뀌고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그록이 경쟁사와의 격차를 줄이려면 서비스 전략과 인프라 투자 방향을 함께 재정비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