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대만 반도체 설계업체 미디어텍(MediaTek)이 발행하는 전환사채 35억 달러(약 4조7915억원)를 매입했다. AI 인프라와 커스텀 칩 협력을 기술 제휴에서 자본 관계로 넓힌 거래다.
엔비디아와 미디어텍은 8월 31일 공동 발표문에서 AI 인프라, 로컬 AI 컴퓨팅, 차량용 플랫폼 분야 협업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텍은 엔비디아의 NVLink Fusion 플랫폼을 채택해 고객이 커스텀 XPU를 엔비디아 NVLink 기반 랙 규모 AI 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디어텍 공시상 이번 해외 무담보 전환사채 발행 총액은 39억 달러(약 5조3391억원)다. 만기는 5년, 표면금리는 연 0%이며 전환가격은 4513.75대만달러로 정해졌다.
전환가격은 8월 31일 대만증시 종가 3925대만달러보다 15% 높은 수준이다. 발행일은 9월 8일로 예정됐다.
전환사채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엔비디아에는 미디어텍과의 기술 협력을 자본 관계로 묶는 수단이 되고, 미디어텍에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가 된다.
다만 실제 전환 여부는 향후 주가와 시장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번 거래가 곧바로 지분 취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전환가격과 만기 구조가 향후 이해관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GPU 판매를 넘어 엔비디아의 연결 규격과 소프트웨어 기반을 커스텀 칩 영역으로 넓히는 데 있다. 엔비디아는 발표문에서 미디어텍이 NVLink Fusion 생태계와 함께 고객의 커스텀 AI 인프라 개발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텍은 고성능 시스템온칩(SoC) 설계, 첨단 패키징, 인터커넥트, 연결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통상 AI 인프라용 칩은 단일 연산 성능뿐 아니라 서버 안팎의 연결, 전력 효율, 패키징 역량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는 발표문에서 “AI는 세계 최대 AI 팩토리부터 PC와 자동차까지 모든 컴퓨팅 플랫폼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텍을 시스템온칩 설계와 전력 효율 기술을 갖춘 반도체 기업으로 언급하며 양사가 엔비디아 가속 컴퓨팅을 새 시장으로 가져가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릭 차이(Rick Tsai) 미디어텍 부회장 겸 CEO도 발표문에서 엔비디아의 투자가 클라우드 AI 인프라, 로컬 AI 컴퓨팅, 자동차 분야로 이어진 협업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양사는 앞서 6월 RTX Spark 협업을 공개했고, 이번 발표에서 DGX Spark PC 칩과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플랫폼까지 협력 범위를 다시 확인했다.
타이베이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포커스 타이완은 가권지수가 9월 1일 820.25포인트, 1.78% 오른 4만6948.72에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미디어텍 주가는 같은 날 10% 올라 일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종가는 4315대만달러였다. 케빈 수(Kevin Su) 화난증권 애널리스트는 “미디어텍은 AI 개발에서 엔비디아가 주목해 온 ASIC 분야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구조를 두고 논쟁도 나왔다. 로이터는 엔비디아가 AI 제품 수요를 키우는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 구조가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젠슨 황 CEO는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그들은 그들 자신의 사업을 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사업을 한다”며 순환금융이라는 해석을 부인했다. 엔비디아가 고객 매출을 직접 떠받치는 구조가 아니라는 취지다.
조 티게이(Joe Tigay) 래셔널 에쿼티 아머 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에 “엔비디아는 미디어텍이 엔비디아 아키텍처를 확장하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에게 자금을 대는 것보다는 덜 순환적이지만, 엔비디아가 생태계 성장을 앞당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쓰는 구조”라고 말했다.
국내 독자에게 이번 거래는 AI 반도체 공급망의 자금 흐름을 보는 사례다. 본지는 앞서 AI 인프라 금융과 장부 밖 부채 논쟁을 다룬 바 있다.
이번 사안도 단순한 투자 발표보다 엔비디아의 AI 인프라 규격이 커스텀 칩, PC, 자동차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초점이 있다. 엔비디아와 미디어텍은 발표문에서 협업의 실행, 성공, 상업적 결과가 여러 불확실성과 위험에 좌우된다고 밝혔다.
미디어텍도 협업에서 예상되는 목표, 성과, 결과의 달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고지했다. 이번 전환사채 발행일은 9월 8일로 예정돼 있으며, 이후 실제 제품 개발과 고객 채택 여부가 거래의 상업적 성과를 가를 기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