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PIMCO)의 혼합형 펀드가 인공지능(AI) 투자 테마의 무게중심을 미국 초대형 기술주에서 아시아 공급망으로 넓히고 있다. 반도체 칩뿐 아니라 전력, 냉각, 배선, 광학 부품, 희토류 같은 물리적 인프라가 투자 논리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블룸버그(Bloomberg)는 4일 핌코의 Balanced Income and Growth Fund를 운용하는 에마뉘엘 샤레프(Emmanuel Sharef) 핌코 포트폴리오 매니저가 미국 대형 기술주보다 아시아 장비 공급업체, 중국 금융주, 헬스케어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이 펀드는 최근 3년간 동종 펀드의 97%를 앞섰고 운용자산은 190억 달러(약 25조6000억원)에 가까운 규모다.
샤레프 매니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현재 대부분의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 매그니피센트7에 대해 비중 축소 상태”라며 높은 밸류에이션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특정 테마나 시장 흐름에 노출되기 위해 반드시 가장 비싼 주식을 보유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핌코 공식 상품 페이지는 이 펀드를 주식과 채권을 함께 담는 글로벌 분산형 60 대 40 전략 상품으로 설명한다. 핌코가 공개한 7월 31일 기준 자료에서 총순자산은 176억700만 달러(약 23조7500억원), 주식 비중은 65.08%, 편입 종목 수는 419개로 제시됐다.
블룸버그가 보도한 190억 달러 안팎의 운용자산과 핌코 공식 자료의 총순자산은 서로 다르다. 두 수치는 기준 시점과 집계 범위가 다를 수 있어 같은 숫자로 단정해 비교하기 어렵다.
60 대 40 전략은 통상 주식 60%, 채권 40%를 기본 축으로 삼는 자산배분 방식이다. 주식 상승에 따른 수익 기회를 보되 채권을 함께 담아 변동성을 낮추려는 구조로, 금리와 주식 밸류에이션이 동시에 흔들릴 때 운용자의 자산 선택이 성과를 가른다.
공개 상위 보유종목에는 대만 TSMC가 1.7% 비중으로 포함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공개 상위 10개 보유종목 목록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 독자에게는 이 대목이 중요하다. 이번 보도는 한국 반도체 대형주의 직접 편입 확대가 아니라, AI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아시아 장비·부품·소재 기업의 역할이 커졌다는 판단을 다룬다.
로이터(Reuters)는 2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속에서 전력·냉각 장비 업체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는 변압기, 고급 냉각 시스템, 전력 연결 지연 문제가 함께 언급됐다.
AI 투자 논의는 엔비디아($NVDA) 같은 최종 칩 기업에만 머물지 않고 데이터센터 하위 공급망으로 번지고 있다. 대형 모델 운용에는 칩 성능뿐 아니라 전력 공급, 열 관리, 케이블, 광학 부품, 건설 장비가 함께 필요하기 때문이다.
희토류도 같은 흐름에 놓였다. 로이터는 4일 일부 중국 희토류 공급업체가 보복 우려로 미국향 선적을 거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소식통 기반이다. 정부 공식 발표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에 들어가는 핵심 소재 공급이 AI 투자 테마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샤레프 매니저는 AI 자본지출 확대가 반도체 부품, 냉각 장비, 케이블 연결, 광학 장비, 전력 공급장치, 건설 장비, 금속 수요로 이어진다고 봤다. 이는 GPU 시장 데이터 인프라를 둘러싼 기관 투자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은 크립토나 블록체인 자체보다 AI 인프라와 전통 자산 배분의 변화에 가깝다. 본지가 앞서 다룬 AI 인프라의 전력 공급망 투자 흐름도 칩 바깥의 부품·전력 병목을 시장이 별도 투자 테마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장 해석은 엇갈린다. AI 지출이 계속 늘면 공급망 하단의 장비·소재 기업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7월 아시아 반도체주가 밸류에이션 부담과 자금조달 우려에 흔들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핌코의 포지션 변화는 AI 테마가 넓어졌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공개 자료만으로는 개별 종목의 가격 방향이나 한국 반도체 대형주의 편입 확대를 뜻한다고 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