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인공지능(AI) 안전과 기술 경쟁을 조율할 국제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금융안정위원회와 유사한 ‘기술안정위원회’ 구상을 내놨지만, 공식 설립안과 참여국·법적 권한·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는 14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금융안정위원회와 같은 기술안정위원회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AI 개발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중견국과 민주국가가 공동 대응할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카니 총리의 구상은 AI 안전만 다루는 독립 규제기관보다 AI·컴퓨팅 인프라·데이터·공급망·국가안보를 함께 조율하는 협력기구에 가깝다. 금융안정위원회처럼 각국 정책을 직접 집행하기보다 공통 기준과 위험 대응 방식을 논의하는 모델이 거론됐다.
캐나다 정부가 공개한 국가 AI 전략에는 해당 기구의 공식 명칭이나 회원국, 의사결정 구조, 재원, 설립 일정이 담기지 않았다. 기존 국제 AI 협의체와의 역할 중복 여부와 미국·중국의 참여 가능성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제안은 캐나다가 6월 발표한 국가 AI 전략 ‘AI for All’의 연장선에 있다. 캐나다 정부는 5년간 23억달러(약 3조889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2031년까지 AI 관련 일자리 최대 25만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략에는 기업의 AI 도입률을 현재 약 12%에서 2034년 60%로 높이고 2000억달러(약 268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성장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이는 달성된 성과가 아니라 캐나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 수치다.
캐나다는 국내 컴퓨팅·클라우드·데이터·인재 역량을 강화하고 우호국과 기술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호주·유럽연합(EU)·영국·인도 등과 ‘Sovereign Technology Alliance’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 협의체가 새 국제 AI 안전기구로 전환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캐나다의 국내 전략은 산업 육성과 안전 규제를 함께 겨냥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온라인 안전 규정 현대화, 딥페이크 대응, 캐나다 AI 안전연구소 역량 확대, 공공 AI 슈퍼컴퓨터와 주권형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등이 주요 내용이다.
‘기술안정위원회’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AI 위험과 기술 경쟁에 관한 기준을 논의하는 국제 조정기구로 제시됐다. 다만 국제기구인지 자문기구인지, 논의 결과가 각국 정책에 어떤 효력을 갖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캐나다 정부의 목표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C.D. 하우 연구소는 2000억달러 성장과 25만개 일자리, AI 도입률 60%라는 수치보다 생산성·상용화·경쟁력 같은 실제 성과를 측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거버넌스혁신센터(CIGI)는 AI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를 대비한 소득 지원이나 임금보험 등 구체적인 안전장치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노동시장 변화를 측정하겠다고 했지만, 일정 수준의 대체가 발생했을 때 어떤 조치를 발동할지는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제 AI 업계에서도 안전 강화와 개발 속도 조절을 둘러싼 입장이 맞선다.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 앤트로픽 CEO는 AI 모델 개발 속도를 늦추고 독립적인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경쟁을 이유로 AI 개발 중단이나 일괄적인 속도 조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AI 안전을 둘러싼 국제 협력 논의가 실제 공통 기준으로 이어지려면 주요 AI 강국과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AI 안전기구 논의는 반도체·데이터센터 산업과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캐나다 전략은 공공 AI 슈퍼컴퓨터와 주권형 컴퓨팅,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를 포함하지만, 이번 제안이 특정 반도체 기업이나 가상자산 산업을 직접 대상으로 한다는 근거는 없다.
이번 제안이 가상자산 시장이나 특정 토큰·거래소에 미친 직접적인 영향도 확인되지 않았다. 향후 미국·중국 등 주요 AI 강국의 참여 여부와 기구의 권한, 기존 국제 AI 협의체와의 역할 조정이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