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컴퓨트(Liquid Compute)가 1500만달러(약 202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지정계약시장(DCM)과 파생상품청산기구(DCO) 자격을 신청했다. 회사는 AI 연산력을 거래·결제할 수 있는 규제형 주문장 구축을 추진한다.
리퀴드 컴퓨트는 16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공개된 발표에서 현금 결제 계약과 실물 인도 계약을 모두 거래하는 시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 규모와 CFTC 자격 신청 내용은 회사와 퍼스트마크가 공개한 자료에 담겼다.
이번 투자는 케미스트리와 퍼스트마크가 공동으로 주도했다. K8 캐피털, 나이트 캐피털, 트루브리지 캐피털 파트너스, 브레인차일드 홀딩스, UFO 홀딩스, 와이콤비네이터와 엔젤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자격 신청은 CFTC의 등록이나 승인 완료를 의미하지 않는다. 리퀴드 컴퓨트가 거래소를 실제로 출범하려면 신청 심사와 관련 절차가 남아 있다.
회사는 AI 연산력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현금 결제형 계약과 실물 인도형 계약을 거래하는 구조를 구상했다. 계약의 대상은 GPU 등 컴퓨팅 자원의 사용 용량과 공급 조건이다.
리퀴드 컴퓨트는 컴퓨팅 자원이 석유처럼 저장할 수 있는 상품보다 전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GPU 종류와 위치, 사용 시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고 남는 용량을 장기간 이월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회사의 구상은 단기 현물 시장을 먼저 구축한 뒤 이를 바탕으로 현금 결제 파생상품 시장을 만드는 방식이다. 전력 거래소인 PJM과 ERCOT처럼 실제 공급과 수요를 연결한 뒤 가격 변동 위험을 관리하는 금융 계약으로 확장한다는 설명이다.
리퀴드 컴퓨트는 최근 몇 달 동안 서스퀘해나 인터내셔널 그룹, BGC 그룹, 윈터뮤트와 협력해 장외거래(OTC) 유동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대상은 AI 스타트업, 네오클라우드 사업자와 대출기관이다.
장외거래는 거래소에 주문을 직접 내지 않고 당사자 간 조건을 정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리퀴드 컴퓨트는 거래소 출범 전부터 금융기관과 컴퓨팅 용량 거래를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스트마크는 여러 공급자와 시장에서 거래되는 컴퓨팅 용량을 연결하고 가격·위험·결제 기준을 표준화하는 금융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컴퓨팅 시장이 커질수록 공급 계약과 대출, 재판매 과정에서 가격과 만기, 거래 상대방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DCM은 파생상품 계약이 거래되는 규제된 시장을 뜻한다. DCO는 거래 이후 계약 이행을 보증하고 결제를 처리하는 청산기구다.
리퀴드 컴퓨트가 추진하는 구조는 AI 연산력을 단순 임대 상품이 아니라 가격이 형성되고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거래 대상으로 다룬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다만 GPU 종류와 위치, 사용 시간처럼 조건이 다른 연산력을 하나의 계약 단위로 표준화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국내에서도 AI 연산 자원의 가격을 금융상품으로 다루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컴퓨트 선물의 10월 5일 추진과 GPU 임대료 지수화가 앞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사례는 CFTC 규제 체계 안에서 연산력 계약을 거래하려는 시도다.
기존 AI 연산 시장에서는 공급자가 사용 시간이나 물량을 기준으로 고객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거래소형 시장이 정착하려면 공급자별 성능 차이와 가동 위치, 계약 기간, 결제 기준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리퀴드 컴퓨트는 CFTC 자격 신청 이후 심사와 등록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실제 거래 개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