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공동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이 롤업 기반 레이어2 플랫폼의 탈중앙화 시점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라는 원칙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5일 부테린은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롤업 프로젝트가 어느 시점에서 탈중앙화로 전환해야 하는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시스템 내부의 증명 체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을 때 성급한 탈중앙화는 오히려 보안 리스크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탈중앙화에 나설 적절한 시점은 중앙화 유지로 인한 위험이, 체계적 오류 가능성보다 더 클 때라는 것이다.
이 발언은 루프링(LRC) 창업자 대니얼 왕의 문제 제기에 대한 응답으로 나왔다. 왕은 "롤업이 2단계까지 갔어도 실제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신생 코드일 수 있다"며, 시스템 성숙도가 보안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롤업은 통상적으로 0단계부터 2단계까지 나뉘며, 2단계는 완전한 탈중앙화와 신뢰 불요 시스템을 의미한다.
왕은 아울러 보안 검증이 완료된 코드에 부여할 새로운 기준인 ‘배틀테스트(BattleTested)’ 지표를 제안했다. 이는 해당 시스템이 최소 1억 달러(약 1,460억 원) 규모의 자산을 6개월 이상 안전하게 유지한 사례에 대해 부여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이더리움(ETH)이나 주요 스테이블코인으로 구성돼야 한다. 단, 코드가 업데이트되면 기존 배지는 사라지며, 다시 동일한 보안 수준을 입증해야 재획득할 수 있다.
부테린은 이에 대해 "2단계 진입 자체보다 증명 시스템의 품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좋은 지점"이라며 시스템 전반의 성숙도와 견고성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크로노스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도미닉 존도 탈중앙화를 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멀티시그 보안과 관련된 지정학적 위험이나 공동 관리 체계의 취약성은 시스템 내 자산 규모가 1억 달러를 넘기 전까지 눈에 띄지 않는다"며, 특정 상황에서 중앙화의 리스크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탈중앙화를 언제 단행해야 하는지를 두고 업계 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부테린과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실전에서의 성과’와 ‘지속 가능한 보안 수준’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시스템의 구조적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탈중앙화만을 내세우는 것은 오히려 전체 생태계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검증된 구조 위에서 점진적 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