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국가 전반에 확대하며 본격적인 블록체인 경제로의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아부다비에서는 현지 택시에서 디르함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인 ‘AE 코인’을 공식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며, 일상 속 암호화폐 활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AE 코인은 아부다비 정부의 스마트 시티 전략 일환으로 개발된 UAE 최초의 디르함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아부다비 통합교통기관(ITC)과 알마르야 커뮤니티은행(MBank)의 협업으로 택시에 적용됐으며, 디지털 월렛 앱을 통해 QR코드를 스캔해 바로 결제할 수 있다. 2024년 12월에는 UAE 중앙은행으로부터 공식 라이선스를 획득해 규제 승인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타와술교통의 지나 자부르(General Manager)는 “AE 코인 도입은 스마트 교통 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며 “이용자의 결제 선택권 다양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MBank의 최고경영자 모하메드 와심 카야타는 “이번 연동은 UAE 디지털 정부 전략 2025와 맞물려 기술 도입 가속화를 목표로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AE 코인 결제 서비스는 항공 분야로도 확대됐다. 저비용 항공사 에어아라비아는 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옵션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이 운송·여행 산업 전반에서 실질적으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암호화폐가 투기 자산을 넘어 실물 경제에 스며들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평가다.
AE 코인 운영사 측은 현재 UAE에서 교통·여행 산업을 중심으로 이용 사례가 늘고 있으며, 향후 공공 요금, 편의점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라메즈 라피크 AE 코인 총괄은 “스테이블코인이 실제 상거래에 통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총 3,387억 달러(약 470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거래량을 기록, 전 세계 활동의 7.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UAE는 340억 달러(약 47조 2,600억 원) 규모로 30%의 스테이블코인 채택율을 보이며 MENA 지역 선도국가로 부상 중이다.
이번 AE 코인의 일상 결제 도입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UAE가 장기적으로 ‘글로벌 블록체인 허브’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략적 시도로 평가된다. 암호화폐가 본격적으로 공공 인프라에 통합되고 있는 지금, UAE는 미래형 금융의 설계도가 펼쳐지는 살아있는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