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블록체인 기반 국제 결제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이번 행보는 암호화폐 수용에 적극적인 중동 국가에서 디지털 자산 활용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19일 리플은 자사의 결제 인프라 ‘리플 페이먼츠(Ripple Payments)’가 UAE에서 처음으로 운영된다고 발표했다. 주요 사용자로는 UAE 최초의 디지털 전용 은행 잔드은행(Zand Bank)과 기업을 위한 디지털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마모(Mamo)가 포함된다.
‘리플 페이먼츠’는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 법정통화를 통합해 신속한 결제와 정산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전통적 국제 결제 시스템이 가지는 느린 처리 속도와 높은 수수료, 투명성 부족 등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리플은 지난 3월 두바이 금융서비스국(DFSA)으로부터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이번 프로젝트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리플 중동·아프리카 지역 총괄 리스 메릭(Reece Merrick)은 “UAE는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국제 결제 시장 중 하나로, 리플의 기술은 기존 시스템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UAE는 전 세계 151개 국가 중 암호화폐 도입 수준 56위로 평가됐다. 디파이(DeFi), 스테이블코인, 알트코인 사용률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며, 전반적인 암호화폐 인프라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각 지역 행정단체들도 암호화폐 친화 정책을 추진하며 생태계 다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아부다비는 2024년 12월 테더(USDT)를 공식 가상자산으로 승인했고, 두바이는 2025년 서클의 USDC와 EURC를 암호화폐 토큰 제도 하에 최초로 등록된 스테이블코인으로 인정했다. 중앙은행은 '디지털 디르함'이라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5월 19일 두바이 가상자산규제청(VARA)은 마진 거래와 토큰 발행에 대한 감독 강화 방침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6월 19일까지 유예 기간을 두고 적용되며, 관련 기업들은 이행을 준비 중이다.
이번 리플의 진출은 글로벌 결제 인프라 내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실질 민간 금융 서비스로 자리잡아가는 흐름의 일환으로 평가받는다. 디지털 금융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UAE 시장은 향후 암호화폐 확산의 주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