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항소법원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비트코인SV(BSV) 투자자들이 제기한 약 15조 4,000억 원(약 119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기각했다. 해당 소송은 바이낸스 등 대형 거래소가 2019년 BSV를 동시에 상장폐지하면서 담합했다는 주장에 근거한 것이었다.
지난 21일 자로 내려진 판결에 따르면, 이른바 ‘서브클래스 B’로 분류된 투자자들, 즉 상장폐지 기간 동안 BSV를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BSV가 가상의 고수익 자산으로 성장했더라면 얻었을 이익에 대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해당 투자자들은 BSV가 비트코인(BTC)이나 비트코인캐시(BCH)처럼 ‘상위권 암호화폐’로 성장했을 가능성을 근거로 손해 규모를 추산하며, 약 89억 파운드(약 15조 4,000억 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잠재적 성장 손실’ 이론을 일축하고, BSV가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투자자들 스스로 비교 대상으로 삼은 BTC와 BCH가 BSV와 유사한 대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법원의 판단은 투자자들의 투자 선택 범위에 주목했다. 판결문을 작성한 제프리 보스 경(Sir Geoffrey Vos) 재판관은 “이들 투자자에게는 손실을 줄일 기회가 충분히 있었으며, 손해를 회피하려는 합리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경우 그 손실을 회수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이번 판결은 ‘상장폐지가 잠재 수익 기회를 빼앗았다’는 근거 없이 추정 손실에 기반한 집단 소송의 주요 전례가 되며, 향후 유사한 사건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적 손해 주장에 대해 법원이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음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