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법적 분쟁이 또다시 지연되며, XRP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의 미국 승인 여부도 안개 속에 빠졌다. 양측이 제2순회항소법원에 공동 보고서를 제출하며 항소 절차의 일시 정지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다음 주요 일정은 오는 8월 15일로 미뤄졌다.
리플은 현재 1억 2,500만 달러(약 1,738억 원)의 벌금을 5,000만 달러(약 695억 원)로 낮추고, 법원이 부과한 일련의 금지 조치들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사건은 진전을 보이지 못한 채 멈춘 상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XRP 현물 ETF 승인 가능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ETF 전문가인 네이트 게라치(Nate Geraci)는 최근 “블랙록($BLK)이 조만간 솔라나(SOL), XRP 관련 ETF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 대다수는 SEC가 현재 소송이 끝나기 전에는 XRP ETF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프랭클린 템플턴이 신청한 XRP 펀드는 6월 17일을 기한으로 했지만, 이마저도 법적 불확실성에 갇히며 지연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플-SEC 소송이 완료돼야만 미국 내 XRP ETF 출시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캐나다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퍼포스 인베스트먼트는 캐나다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퍼포스 XRP ETF’를 오는 6월 18일부터 토론토증권거래소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해당 ETF는 XRPP(CAD-환헤지), XRPP.B(CAD 기준), XRPP.U(USD 기준) 세 가지 종목으로 상장되며, TFSA·RRSP와 같은 세제혜택 계좌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다.
XRP 투자자 입장에서는 북미 양국 간 규제 격차가 재차 명확해지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SEC와의 소송이 ETF 승인에 발목을 잡고 있는 반면, 캐나다는 규제 기반 위에서 XRP ETF 상품이 정상적으로 출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8월 15일, SEC가 법원에 제출할 다음 상태 보고서가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이 일정에 따라 미국 내 XRP ETF 계획이 향방을 달리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