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에서 ‘무기한 선물(perpetual futures, 퍼페츄얼)’이 점차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코인베이스($COIN)는 최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정을 준수한 무기한 선물 상품을 미국 고객 대상 서비스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비트멕스가 2016년 최초로 해당 상품을 선보였지만, 미국 내에서는 규제상의 이유로 널리 제공되지 못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연방 규제 당국의 입장이 완화되며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무기한 선물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암호화폐의 미래 가격을 예측해 거래할 수 있는 파생상품으로, 전통적인 선물과 달리 만기일이 없다. 레버리지를 이용한 고위험 고수익 거래가 가능한 만큼, 소규모 자본으로도 큰 거래를 할 수 있어 일부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다. 예컨대 10배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1,390달러(약 193만 원)만으로 1만 3,900달러(약 1,932만 원) 상당의 포지션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레버리지는 리스크도 동반한다. 시장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할 경우 유지 증거금을 채우지 못해 강제 청산당할 수 있다. 코인콜 거래소의 펜니 캉(Fenni Kang) 전략책임자는 “무기한 선물은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투자자에게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 5%의 가격 하락만으로도 20배 레버리지 포지션은 청산되며, 투자자는 원금 전액을 손실볼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에 따라 CFTC는 2023년,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제공 업계에 대해 시스템 보안, 결제 방식, 이해상충 관리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는 내용의 주의사항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바이든 행정부 시절, CFTC는 크라켄·바이낸스·쿠코인 등 여러 거래소를 무기한 선물과 유사한 상품을 이유로 조사 또는 제재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2025년 3월, CFTC는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에 대한 자사 기존 지침을 철회하며, 기존 상품과 차별 없이 다루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어 4월에는 무기한 계약 시장에 대한 *공개 의견 수렴*에 나서며 입장을 더욱 개방적으로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캐롤라인 팜(Caroline Pham) CFTC 위원장 대행은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이제 CFTC는 기본적인 접근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기한 선물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경우, 향후 미국 거래소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의견 수렴 발표 이틀 후, 디지털 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비트노미얼은 CFTC에 자기 인증(self-certification)을 통해 합법적인 무기한 선물 상품을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규제 기조의 전환은 미국 암호화폐 시장에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친산업적 규제 환경이 지속된다면, 미국 내 파생상품 시장의 급성장도 점쳐진다. 그러나 높은 변동성과 레버리지 특성상, 일반 투자자에 대한 보호 장치는 여전히 주요 이슈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