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은행 감독 기준에서 ‘평판 리스크’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암호화폐 업계가 그간 직면했던 은행 접근 제약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바이든 정부 하에서 진행된 ‘초크포인트 2.0’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타깃성 규제를 되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 중앙은행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발표를 통해 평판 리스크 개념이 은행 감독 점검에서 더 이상 고려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 이사회는 이미 점검 메뉴얼을 비롯한 감독 자료 전반에서 이 개념을 제거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이는 미국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이어 세 번째 조치다.
이번 결정으로 암호화폐 기업들은 은행과의 관계 형성에서 과거보다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연준의 결정은 단순한 규제 완화 이상의 의미가 있다. 평판 리스크는 그간 은행들이 암호화폐 프로젝트나 관련 기업과의 거래를 기피하며 내세웠던 대표적인 논거였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실버게이트, 시그니처 등 주요 크립토 뱅크 붕괴 이후 30개가 넘는 암호화폐 및 기술 기반 기업들이 미국 내 은행 서비스를 사실상 차단당했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도 연준의 이번 결정을 강력히 환영했다. 공화당 소속 앤디 바(Andy Barr)의 'FIRM 법안'과 발맞춘 조치라며, “과도한 관료주의적 통제를 줄이는 데 핵심적인 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암호화폐 벤처 투자자 카일 차세(Kyle Chassé)는 “이번 결정으로 은행들이 암호화폐 기업과 협력함에 있어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규제 환경이 완화되는 흐름은 미국 외 국가들에게도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도 ‘디뱅킹(Debanking)’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제삼세계 국가들에선 암호화폐 사용을 이유로 은행 접근이 차단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는 암호화폐가 은행 없는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겠다는 존재 이유 중 하나와 연결되는 지점이다.
미국 내에서는 더욱 명확한 디지털 자산 지침 마련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댄 뮤저(Dan Meuser) 하원의원을 포함한 일부 의원들은 FDIC에 공식 서한을 보내, 암호화폐 기업들이 부당하게 배제당하지 않도록 규정 정비와 감독 개편이 시급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번 연준의 방향 전환은 그간 냉랭했던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 기조에 변화가 감지되는 신호로 여겨진다. 직접적 규제 완화보다 더 중요한 점은,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 금융 인프라’와의 연결 고리를 다시 확보할 명분과 가능성을 얻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