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전통 금융권 내에서 정식 통화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Bof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비트코인을 영국 파운드화(GBP)와 같은 국가 통화와 동일한 통화 범주로 분류한 것이다. 그간 비트코인을 단순한 투기 자산 혹은 디지털 금으로만 보던 시각과는 정면으로 다른 이 같은 평가는 전통 금융권에서 암호화폐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표는 반에크(VanEck)의 디지털 자산 리서치 책임자인 매튜 시겔(Matthew Sigel)이 X(구 트위터)에 공개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연간 자산 수익률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해당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미국 달러 대비 통화 부문 1위를 기록, 스위스 프랑, 유로화, 일본 엔화 등을 앞섰다. 이는 통화로서 비트코인의 성과를 주요 법정통화와 견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사실상 이 같은 조치는 비트코인이 실질적인 ‘통화’인지에 관한 오랜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많은 글로벌 은행과 규제 당국은 비트코인을 투기성 자산, 혹은 밸류 저장수단 정도로만 간주해왔다. 하지만 미국 내 대표적 은행 중 하나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비트코인을 외환 자산의 일환으로 인정한 점은 시장의 무게 중심이 전환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미 전통 기업과 기관들도 이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일본 상장사 메타플래닛은 최근 자산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했으며,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역시 같은 행보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트렌드 변화의 맥락에서 암호화폐가 글로벌 금융의 틀 안으로 서서히 편입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러한 기관의 신뢰 성장과 함께 비트코인의 시장가치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은 역대 최고가인 11만 8,856달러(약 1억 6,535만 원)를 돌파한 뒤, 현재는 11만 7,856달러(약 1억 6,382만 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불과 하루 만에 6% 이상 오른 수치다.
이와 관련해 바이낸스의 전 최고경영자인 자오창펑(CZ)은 “비트코인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지금이라도 기회를 잡으라고 조언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거대한 자금 흐름과 제도권 수용에 기반한 분석으로 읽힌다.
이번 BofA의 발표는 단순한 랭킹 보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비트코인을 공식 통화군에 포함시킨 이번 분류는 제도권 금융이 암호화폐를 외면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음을 상징하며, 이는 향후 비트코인을 포함한 다른 주요 암호화폐의 제도화와 가격 상승에 결정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