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비트코인 기업들이 직면한 채무 상환 부담이 향후 몇 년간 업계 전반에 심각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크립토 금융기술 기업 키락(Keyrock)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라톤디지털(Marathon Digital)과 나카모토 등 주요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들이 오는 2028년까지 만기 도래할 총 128억 달러(약 17조 7,920억 원)의 부채 문제로 경영상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들 기업이 비트코인(BTC)을 대량 확충하기 위해 자본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BTC를 재무자산으로 삼아 매입 경쟁을 벌이는 이들 이른바 ‘비트코인 재무회사(BTC-TC)’들은 원활한 현금 흐름 없이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 시 대규모 담보 손실과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는 게 주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BTC-TC 모델을 사실상 개척한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는 현재 단독으로 59만 7,000 BTC 이상을 보유 중이며, 이는 전체 BTC-TC 보유량의 82%에 달한다. 현 시세 기준 이 가치는 약 670억 달러(약 93조 1,000억 원)에 이른다. 전체 업계는 현재까지 33억 5,000만 달러(약 4조 6,565억 원)에 이르는 우선주 발행과 94억 8,000만 달러(약 13조 1,072억 원)의 채권을 통해 비트코인 매입 자금을 조달해왔다.
문제는 이 가운데 채권의 만기가 2027년과 2028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경우 무이자 전환사채(컨버터블 노트) 73억 달러(약 10조 1,470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경우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오히려 손실을 키우는 구조다. 이 경우 기업들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팔거나 고금리 차입, 저가 주식 발행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 재무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평가다.
도쿄증시에 상장된 메타플래닛과 트웬티원 캐피탈 등 최근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은 일본의 제로 금리정책을 활용하거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 등을 활용하는 등 보다 유연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키락은 여전히 대부분의 비트코인 재무기업들이 호황기의 자본시장을 전제로 한 모델에 의존하고 있어 약세장에 대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구조는 결국 기업의 ‘프리미엄 가치’와 ‘현금흐름 지속성’에 달려 있다. 비트코인 중심 기업들은 실질 보유자산보다 훨씬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이를 통해 향후 자산가치 증가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연간 약 63.6%씩 BTC 보유 주당가치를 높여온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 신뢰를 끌어왔다.
하지만 회사별 수익성과 지출구조는 양극화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마라톤디지털의 경우 분기별로 각각 7,830만 달러(약 1,088억 원), 4,350만 달러(약 604억 원) 규모의 손실을 내고 있다. 이들은 신규 주식을 고가에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반면 메타플래닛, 셈러사이언티픽, 코인셰어스 등은 분기 흑자를 유지하거나 안정적인 현금 보유고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더 견고한 재무 체력을 유지 중이다.
결국 BTC 가격이 급락하거나 비트코인 보유 전략의 시장 신뢰도가 떨어진다면, 마라톤디지털과 나카모토 같은 기업들은 분기마다 대량 주식 발행이나 비트코인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어 주주가치 희석과 재정 불안정성이 동시에 심화될 위험이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업계 내에서 가장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