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비트코인(BTC) 채굴 기업 CEO들이 동종 업계보다 월등히 높은 보상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급여 구조는 상당수가 주식 기반 보상으로 구성되어 있어 투자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암호화폐 전문 운용사 반에크(VanEck)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 디지털(Bit Digital), 사이퍼 마이닝(Cipher Mining), 클린스파크(CleanSpark), 코어 사이언티픽(Core Scientific), 헛8(Hut 8), 마라톤 디지털(Marathon Digital), 라이엇 플랫폼스(Riot Platforms), 테라울프(TeraWulf) 등 8개 채굴 기업 CEO의 연간 평균 보상은 2024년 기준 1,440만 달러(약 2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660만 달러(약 92억 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들 기업의 기본급은 비교 대상 산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023년 기준 기본급 평균은 47만 4,000달러(약 6억 6,000만 원)에 불과했으며, 급여 상승을 견인한 주된 요인은 주식 기반 보상이었다. 2024년 해당 보상은 전체 보상의 89%를 차지해 동일 연봉 대기업보다 비중이 매우 높았다.
문제는 이 주식 보상이 단기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반에크는 많은 채굴 기업들이 성과 제한 조건 없이 단기·중기 베스팅(확정)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주주 가치를 오히려 희석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실제 2024년 미국 기업 주총 시즌 동안 S&P500과 러셀3000 기업들의 경영진 보상안 승인율은 평균 90%를 넘는 반면, 비트코인 채굴사는 평균 64%에 머무르는 저조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기업들은 장기 인센티브 중심의 구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라이엇, 코어 사이언티픽, 사이퍼, 테라울프, 마라톤, 헛8 등 6개사는 성과 기준 주식(PSU)을 적극 도입했다. 마라톤은 2025년부터 PSU 100% 체제로 전환했으며, 사이퍼는 제한 주식과 PSU를 절반씩 혼합하며 실적 연동 전략을 강화했다. 코어 사이언티픽 역시 파산 후 재편 과정에서 장기 인센티브 계획을 부활시켰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런 방향으로 전환한 것은 아니다. 클린스파크와 비트 디지털은 여전히 PSU를 발행하지 않고 있으며, 이와 같은 차별적 행보는 투자자 불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보상과 기업 실적 사이의 괴리다. 반에크는 채굴 기업들의 시가총액 성장률과 총 보상액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테라울프와 코어 사이언티픽의 경우, 경영진 보수가 시총 성장의 약 2% 수준으로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이었지만, 라이엇은 전체 시총 증가분의 73%에 해당하는 2억 3,000만 달러(약 3,197억 원)를 집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마라톤의 경영진 보상도 시총 증가 대비 18% 수준으로 높은 편에 속했다.
특히 라이엇은 지난 몇 년간 보상안 관련 주주 반발이 지속되어 왔고, 과도한 희석 리스크가 제기된 바 있어 이번 지표가 향후 주총 표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 가치와 경영진 보상이 명확히 연결되지 않는 현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향후 비트코인 채굴 산업 전반에 걸쳐 주식 보상 구조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