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대규모 투자 사기 사건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댔다. 미국 워싱턴주 서부 연방검찰청은 7월 23일(현지시간), 석유 및 가스 저장시설 투자와 관련된 금융사기에 연루된 암호화폐 자산 약 710만 달러(약 98억 9,000만 원)의 몰수를 추진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조치는 2022년부터 약 2년에 걸쳐 조작된 고수익 보장형 투자 상품을 미끼로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해 수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갈취한 사건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는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주도했으며, 일명 ‘에스크로 트릭’을 활용한 이중 사기 수법이 사용됐다. 사기 조직은 투자금이 실제 오일 저장탱크 구매에 사용된다며 신뢰를 유도했고, 투자금이 입금되자 일체의 설명 없이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피해자들의 자금은 미국 외 여러 은행 및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 81개 이상의 계좌로 분산 이체됐으며, 이 중 상당 금액은 비트코인(BTC), 테더(USDT), USD코인(USDC), 이더리움(ETH) 등 다양한 암호화폐로 전환돼 바이낸스 등 주요 거래소 계좌로 송금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금은 총 9,700만 달러(약 1,349억 3,000만 원)로, 이번 몰수 자산은 전체 피해액의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당국은 러시아와 나이지리아 소재 거래소를 통한 자금 세탁 정황도 포착했다. 이들 국가의 일부 시장은 테러조직이나 국제 제재 위반 조직의 돈세탁 허브로 지목된 바 있으며, 일부 피해자 자금도 이 경로를 통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공모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미국 워싱턴주 거주자 제프리 K. 아우영은 지난해 8월 기소됐으며, 해당 시점에만 해도 그가 운영하던 은행 계좌에서 230만 달러(약 31억 9,000만 원)가 압류됐다. 여기에 이번 몰수 대상인 암호화폐 710만 달러까지 포함될 경우 정부는 부분적인 피해 보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연방검찰은 "피해 회복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급한 추적·압류 작업을 수행했고, 향후 법원의 승인에 따라 해당 자산은 피해자에게 반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수십 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된 상태이며, 그 규모는 1,790만 달러(약 249억 1,000만 원)에 달하며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를 통한 자금 유통이 사기 수법의 은폐와 국제 자금세탁에 악용될 위험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킨 사례로, 미국 당국의 글로벌 추적 역량과 수사 협조 체계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