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시장이 다시 한 번 ‘극단적 변동성’의 본 모습을 드러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단 한 시간 만에 1,348만 달러(약 187억 원) 규모의 롱 포지션이 청산되며, 숏 포지션 청산 규모인 7,790달러(약 1,082만 원)를 크게 상회했다. 이로 인해 무려 17,300%에 달하는 청산 비율 불균형이 발생했으며, 이는 최근 몇 달 사이 가장 심한 수준으로 기록됐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급격한 롱 청산 추세가 뚜렷한 하락장 없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시 비트코인은 바이낸스 기준 11만 9,500달러(약 1억 6,596만 원) 선에서 거래되며, 하루 고점인 12만 달러(약 1억 6,680만 원)에 근접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과도한 레버리지 베팅이 소폭의 가격 조정에도 인해 대량 청산으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트레이딩 플랫폼 코인글래스(CoinGlass)의 데이터에 따르면, 청산 열기는 비트코인에 집중됐다. 이더리움(ETH)은 312만 달러(약 43억 원), 솔라나(SOL)는 202만 달러(약 28억 원) 정도의 청산을 기록하며 비교적 적은 수치를 나타냈다. 트레이딩뷰(TradingView)의 히트맵 데이터에서도 비트코인의 청산 집중 현상이 도드라졌다.
시간 범위를 넓혀 4시간 단위로 보면 긴장은 여전히 높다. 롱 포지션 청산 규모는 1억 2,680만 달러(약 1,761억 원), 숏 포지션은 598만 달러(약 83억 원) 수준으로 롱 포지션에 훨씬 더 큰 타격이 있었다. 다만 일일 스케일로 보면 양측의 청산 규모가 엇비슷하게 나타나, 이날 1시간 동안의 변동성이 얼마나 극단적이었는지를 방증한다.
이번 시장 불균형은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의 기업인 스트래티지(Strategy)에서 비트코인 155개를 추가 매수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스트래티지는 현재 총 628,946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평균 매입 단가는 개당 73,288달러(약 1억 184만 원)에 달한다. 매입 총액은 460억 9,000만 달러(약 6조 3,002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현재 평가 손익 기준 약 300억 달러(약 4조 1,700억 원)의 미실현 수익을 기록 중이다.
이번 사태는 과도한 시장 낙관론과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무차별적 진입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 경고하는 신호탄이다. 특히 세일러의 BTC 매수 발표 이후 단기 FOMO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급격히 진입하면서 청산 유탄을 맞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현시점에서 청산 데이터는 단기 투자자 심리가 지나치게 쏠려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단 한 번의 가격 반등 혹은 이탈도 실현 손실로 귀결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청산 사태는 비트코인의 기술적 강세 흐름과는 별개로, 여전히 파생상품 투자자들의 심리적 민감도가 시장 리스크를 확대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투자자들의 신중한 포지션 관리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