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회 후보자가 가상자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명확히 하면서, 새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이 전통적 금융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조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가상자산이 예금이나 증권처럼 내재적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고 평가하며, 이에 따른 투자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자는 8월 3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답변을 통해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심하고, 가치 저장이나 교환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그동안 한국 정부가 유지해온 “가상자산은 화폐나 전통 금융상품과 다르며, 내재 가치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금이나 주식처럼 실물적이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자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 후보자는 연금이나 퇴직연금 계좌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노후 자산은 안정성이 핵심”이라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과 투기적 속성을 이유로 들며, 노후 소득을 보장해야 하는 연금 상품의 특성과 맞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시장 확대를 기대해온 가상자산 업계에는 제도권 진입이 당분간 쉽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디지털 자산) 도입과 관련해, 이 후보자는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되,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여러 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안 마련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후보자는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화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1단계'를 넘어, 사업자와 시장, 이용자 간 밸런스를 고려한 통합 법안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을 기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글로벌 규제 동향과 시장 의견을 바탕으로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같은 발언들은 정부가 기존의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변화된 시장 환경과 국제적 흐름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향후 정부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무조건적 차단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제도권 내로 수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정책 변화는 해외 규제 환경과 국내 정치 일정에 따라 점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