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을 사실상 내려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 전략가 마이클 맥글론(Michael McGlone)은 최근 분석을 통해 비트코인이 이제 전통 주식과의 가격 연동성이 높아진 고위험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근거는 수치로도 뚜렷하다. 지난 9월 10일 기준, 비트코인과 미국 S&P500 지수 간의 48개월 상관계수는 0.5598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비트코인이 과거와 달리 안전자산이 아닌, 주식시장과 함께 움직이는 위험 노출 자산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은 더 이상 금의 대안이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수년간의 경향을 살펴보면 이러한 구조 전환은 점진적으로 진행된 결과다. 2017년과 2018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의 주식시장 상관관계는 0.2 이하로 낮아, 독립된 시장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유동성 과잉 국면과 미국 연준의 긴축·완화 정책 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상관계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지표인 ‘베타’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비트코인의 S&P500 대비 베타값은 올해 기준 10 이상을 유지하며 최고 17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는 주가가 1% 움직일 때 비트코인은 10% 이상 동조하거나 더 큰 폭으로 움직였다는 의미다. 맥글론은 이를 두고 “비트코인은 이제 나스닥이나 러셀2000 같은 기술주 중심 지수에 더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의 금 대비 성과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금 대비 비트코인의 성과 비율은 30 이상으로 뛰었지만, 금은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유지한 반면 비트코인은 급등락을 반복하며 고위험 자산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위기 시 방어 수단으로 BTC를 선택하기보다는, 위험 선호도가 높아질 때 진입하는 투기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비트코인을 여전히 '디지털 금'이라 믿는 투자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대목이다. 단순히 희소성과 탈중앙성만으로 안전자산의 지위를 확보하긴 어려우며, 시장 사이클과 정책 변화에 민감한 행동 특성을 지닌 만큼 전략적 판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비트코인의 새로운 정체성은 고위험·고수익 영역에서의 활용성에 기반한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