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대형 ‘가상자산’ 기업의 감독 권한을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으로 넘기는 유럽연합(EU) 구상에 지지를 보냈다. 미카(MiCA) 시행 이후 국가별로 흩어졌던 인허가·감독 체계를 다시 묶으려는 움직임으로, 유럽 내 ‘규제 단일화’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13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ECB는 지난 11일 공개한 의견서에서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경 간 자본시장 기업, 대형 거래 플랫폼과 가상자산 기업의 감독을 ESMA가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ECB는 이 방안이 “자본시장과 금융시장 감독의 더 깊은 통합을 향한 야심찬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의견은 구속력은 없지만 정치적 무게는 작지 않다. EU는 2023년 중반부터 미카(MiCA)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왔고, 현재는 각 회원국 규제당국이 가상자산사업자(CASP)에 대한 허가와 감독을 맡고 있다. 대신 ESMA는 일부 기준과 지침만 제시한다.
문제는 이 구조가 규제 차익을 키워왔다는 점이다. 크라켄은 아일랜드, 코인베이스와 비트스탬프는 룩셈부르크, 비트판다는 오스트리아에 EU 거점을 뒀다.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관할을 골라 들어가면서 감독 체계가 분산됐고, EU 차원의 ‘감독 공백’ 우려도 커졌다.
ECB는 감독 권한을 ESMA로 모으면 ‘감독 일관성’이 높아지고, 국경을 넘는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은행이 가상자산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가상자산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사례가 늘면서, 충격이 금융시스템으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했다. ECB는 이런 흐름이 ‘체계적 위험’을 막기 위한 중앙집중형 감독체계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법제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부 회원국은 미카(MiCA)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본격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또 ESMA가 직접 감독을 맡으려면 예산과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 EU의 이번 논의는 결국 ‘가상자산’ 시장을 얼마나 강하게 중앙 통제할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