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업계에서 ‘규제 명확성’을 말할 때 자주 거론되는 인물과 프로젝트가 있지만, 정작 그 기반을 비용과 시간으로 밀어붙인 주체로 리플(Ripple)이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분석가 브래들리 키메스(Bradley Kimes)는 최근 팟캐스트에서 “지금의 환경은 누군가가 법정에서 값을 치렀기 때문에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최근 기관 자금이 다시 크립토 시장으로 유입되며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라는 질문이 커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키메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장기 소송을 통해 리플이 토큰 분류를 둘러싼 현실적 기준을 ‘법정 검증’ 형태로 남겼고, 그 결과가 현재 논의되는 규제 프레임의 바탕 중 하나가 됐다고 봤다.
SEC 소송전, ‘합의’ 대신 ‘장기전’을 택한 이유
SEC 대 리플 사건은 조용히 끝난 분쟁이 아니었다. 키메스에 따르면 리플은 수년간 소송을 치르며 방어 비용으로 1억5000만~2억달러를 지출했고, 원화로는 약 2222억~2963억원(1달러=1481.60원 기준)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와 크리스 라슨(Chris Larsen)은 더 이른 시점에 사건을 마무리할 ‘합의’ 선택지도 있었지만, 이를 택하지 않았다.
키메스는 “그들이 자기들만 걱정했다면 훨씬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 깨끗하게 끝낼 수 있었지만, 업계 전체를 위한 더 긴 싸움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의 해석대로라면 이 판단은 특정 프로젝트의 생존을 넘어, 향후 시장 참여자들이 요구하는 규제 명확성의 ‘선례 비용’을 리플이 부담한 셈이다.
상원 변수 남은 ‘클래러티 법안’, 대기 자금의 스위치
키메스는 현재 시장을 “기관 머니가 존재하지만 완전히 배치되지 않은 보류 구간”으로 묘사했다. 그는 ‘클래러티 법안(Clarity Act)’이 상원을 통과해 규제 큰 틀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대형 자금이 더 깊게 들어오지 못하고 관망 중이며, 해당 법안이 진전되면 분위기가 급격히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GTreasury 운영과 연결된 연간 약 13조달러 규모의 거래량, 그리고 과거 히든로드(Hidden Road)로 알려졌던 리플 프라임(Ripple Prime) 관련 멀티-트릴리언(수조달러대) 흐름을 거론하며 “아직 블록체인 레일 위를 달리지 않는다”고 했다. “13조달러짜리 ‘전등 스위치’가 켜지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표현처럼, 규제 명확성이 확보되면 자금 이동이 점진적이기보다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리플은 ‘입장 대기’가 아니라 ‘이미 방 안에’
키메스가 보는 핵심 차별점은 리플이 규제 환경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다수 프로젝트와 다르다는 점이다. 그는 리플이 이미 규제된 금융권의 대화 테이블에 들어가 있고, 다른 프로젝트들이 헤매는 토큰 분류 이슈를 법정에서 일정 부분 정리해두었으며, 기관 인프라가 실제로 움직일 때 필요한 연결고리를 선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엑스알피(XRP)가 ‘상품(commodity)’ 성격으로 분류되며(키메스 주장) 과거 기관 참여를 가로막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줄었다고 봤다. 법적 토대는 마련됐고 규제 토대도 막바지라는 전제 아래, 남은 것은 클래러티 법안 등 제도적 신호가 확정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다만 실제 자금이 블록체인 기반 결제·정산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될지는 입법 속도와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 기준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