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에서 수백만 명의 근로자가 퇴직연금으로 비트코인(BTC) 가격에 연동된 투자에 접근할 길이 열렸다. 콜롬비아 최대 연금펀드 운용사 포르베니르(Porvenir)가 최소 2만5000원(미화 약 25달러) 수준의 소액으로 가입 가능한 ‘크립토 포트폴리오’를 내놓으면서다.
직접 코인을 매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ETF를 통해 간접 노출을 제공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운용자산이 500억달러를 넘어선 IBIT를 활용해 ‘규제된 틀’ 안에서 디지털 자산에 접근하도록 설계한 것으로, 연금 시장에서 구조화된 크립토 접근이 확산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카르타헤나서 공개…연금자산 25% 운용하는 포르베니르의 승부수
포르베니르는 2026년 4월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아소폰도스(Asofondos) 연례 총회에서 해당 상품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아발 그룹(Grupo Aval) 산하 연금 부문인 포르베니르는 이번 상품을 투자펀드 형태로 운용하며, 가입자 자금을 IBIT에 편입해 비트코인(BTC) 가격 흐름을 추종하도록 설계했다.
이번 움직임은 ‘시험적 도입’으로 보기 어렵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콜롬비아 연금 시스템은 전체 근로 인구의 약 60%를 포괄하고, 포르베니르는 국가 연금자산의 약 25%를 운용한다. 상품 확산 속도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국민들의 은퇴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갑 없이 ETF로 투자…해킹 위험 줄였지만 변동성은 그대로
‘크립토 포르베니르 포트폴리오’는 의무(강제) 연금이 아닌 자발적 연금 계정에 한해 제공된다. 최소 가입금액은 10만 콜롬비아 페소(COP)로 안내됐으며, 원·달러 환율(1달러=1473.30원) 기준 약 3만7000원 수준이다. 회사 측은 특히 18~45세의 젊은 근로자층을 주요 대상으로, 기존에 규제된 경로가 마땅치 않았던 ‘분산 투자’ 수요를 겨냥했다.
투자자는 개인 지갑을 만들거나 비트코인(BTC)을 직접 보관하지 않아도 IBIT를 통해 가격에 연동된 성과를 얻는다. 이에 따라 해킹, 비밀번호 분실 같은 운영 리스크는 줄지만, 포르베니르는 ‘가격 변동성’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포트폴리오 가치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연금업계 크립토 확산…리스크 평가 통과해야 가입 가능
포르베니르의 합류는 콜롬비아 연금 운용사들 사이에서 크립토 연계 상품이 늘어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앞서 프로테시온(Protección)과 스칸디아(Skandia) 등도 유사한 상품을 출시한 바 있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입 절차에 ‘위험 성향 평가’를 포함해 이해도 검증을 거치도록 했다.
프로테시온의 후안 다비드 코레아(Juan David Correa) 사장은 “비트코인(BTC) 접근은 단기 투기 수익을 노리기보다 장기적 분산 전략의 일부여야 한다”며 “그래서 이런 상품은 의무 퇴직저축이 아니라 자발적 연금 플랜 내부에만 둔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연금이라는 장기 자금의 성격상, 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ETF 기반의 ‘간접 크립토’ 모델이 제도권 확산의 현실적 선택지로 부상할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