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는 코스피가 8,000선을 돌파할 만큼 지수로는 강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종목별로는 신고가와 신저가가 비슷하게 쏟아지며 뚜렷한 양극화가 나타났다. 지수가 오르면 대체로 많은 종목이 함께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일부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사이 적지 않은 종목이 약세를 면하지 못한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2,875개 종목 가운데 올해 초부터 6월 12일까지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은 1,508개였다. 이 가운데 코스피 종목은 545개였다. 반면 같은 기간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1,763개로 더 많았고, 이 중 코스피는 530개, 코스닥은 1,172개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상승 흐름이 강한 장세 속에서도 체감 온도는 종목마다 크게 달랐다는 뜻이다. 특히 코스닥 시장은 성장주와 중소형주 비중이 높아 투자심리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동성이 더 두드러졌다.
지수 상승은 시가총액이 큰 대표 종목들이 이끈 측면이 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SK스퀘어, 삼성전자우, 현대차, 삼성전기, 삼성생명, 삼성물산, HD현대중공업 등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대부분이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대형 반도체주와 수출주, 실적 기대가 큰 종목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빠르게 올랐지만, 그 밖의 종목들까지 고르게 수혜를 본 것은 아니었다. 결국 지수 강세와 개별 종목 성과 사이의 간극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들어 52주 신고가와 신저가를 모두 기록한 종목이 587개, 전체의 20.4%에 달했다는 점은 시장의 널뛰기 흐름을 잘 보여준다. 코스피가 192개, 코스닥이 383개, 코넥스가 12개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월 15일 52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지난 8일 신저가를 기록했다. 당시에는 제이피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참가 소식이 기대를 키웠지만, 이후에는 주가 흐름이 반대로 움직였다. 에스제이그룹도 6·3지방선거 서울시장 테마주로 2월 신고가를 기록한 뒤 선거가 끝나면서 신저가까지 밀렸다. 반대로 서울반도체는 1월 52주 신저가를 찍은 뒤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 개선에 힘입어 지난달 중순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시장 안에서도 재료와 수급에 따라 주가 방향이 극단적으로 갈렸다는 의미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 중동 정세는 국제 유가와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미국의 금리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면 성장주와 고평가 종목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변동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며,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가 추가 변동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인공지능 관련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고 주요 중앙은행이 예상 밖의 강한 긴축 신호를 내놓지만 않는다면, 시장의 관심은 결국 2분기 실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도 지수보다 종목별 실적과 산업 흐름을 더 세밀하게 가려보는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