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지켜냈지만, 테더(USDT)가 이를 추월했던 ‘이례적 순간’은 시장 구조 변화 신호로 해석된다. 가격 하락과 스테이블코인 공급 확대가 맞물리며 발생한 현상이다.
이번 주 초 수 시간 동안 테더(USDT)는 이더리움(ETH)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2위에 올랐다. 여러 데이터 추적 플랫폼에 따르면 두 자산은 약 1830억~1880억달러(약 278조~285조원) 구간에서 역전이 발생했고, 한 시점에서는 USDT가 1870억달러, ETH는 1860억달러로 격차가 10억달러 미만까지 좁혀졌다.
순위 역전은 짧게 끝났다. 이후 이더리움 가격이 안정되며 다시 2위를 탈환했지만, 근본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더리움은 ‘가격 하락’으로 시총이 줄었고, 테더는 ‘발행량 증가’로 몸집을 키웠다.
스테이블코인 확장 vs 이더리움 약세
테더의 성장 속도는 뚜렷하다. 테더의 2025년 4분기 공시 자료에 따르면 USDT 공급량은 187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단 한 분기 만에 124억달러가 늘었다. 시장이 급락하던 시기에도 공급은 오히려 증가했다.
2026년 초 기준으로 보면, USDT 시가총액은 1년간 1442억달러에서 1840억달러로 약 28% 성장했다. 반면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 달러 기준 가치가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시장 전반도 약세였다. 역전 직전 3주 동안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는 70억달러가 빠져나갔고,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약 4000억달러 증발했다.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DeFi) 총예치금(TVL)도 약 36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났다기보다, 변동성이 큰 자산을 줄이고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기 자금’을 옮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테더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59%를 점유하고 있으며, USD코인(USDC)과 합치면 82%에 달한다.
“이더리움 넘어 비트코인까지” 경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마이크 맥글론(Mike McGlone) 수석 전략가는 이 흐름을 오래전부터 추적해왔다. 그는 2020년 USDT 시총이 160억달러, 이더리움이 430억달러였던 시점에 이미 “1년 내 추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최근 그의 전망은 더 공격적이다. 그는 테더(USDT)가 2026년 이더리움을 다시 추월하고,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BTC)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본다. 극단적인 시나리오로는 비트코인 가격이 1만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경우, USDT가 7배 성장하며 1위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다만 이는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며, 현실화 여부는 시장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다시 벌어진 격차…그러나 불안한 2위 자리
현재 이더리움은 다시 시가총액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격차는 크지 않다. 이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키려면 가격 반등이 지속되거나, 테더 발행 증가가 둔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두 조건 모두 확실하지 않다. 이더리움은 ZK 증명 기반 확장 기술 등 장기적 개선 요소를 갖추고 있지만, 이는 단기 가격 회복과는 다른 시간축에서 작동한다.
반면 테더는 여전히 빠르게 팽창 중이다.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상 1달러 페그를 유지하기 때문에 발행량 증가가 곧 시가총액 확대로 직결된다.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는 이더리움과는 구조적으로 다른 움직임이다.
결국 이번 ‘역전’은 일시적 사건으로 끝났지만, 스테이블코인 중심으로 이동하는 시장 흐름을 보여준 신호로 평가된다. 향후 이더리움과 테더의 격차는 가격 회복과 유동성 구조 변화에 따라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