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이 비트코인을 실질적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최근 이어지는 가상화폐 가격 하락 국면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 씨엔비시 방송에 따르면 그랜섬은 26일(현지시간) 프로그램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비트코인을 “쓸모없고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앞으로 수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비트코인이 점차 존재감을 잃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작품 구절을 인용해, 비트코인의 퇴장은 갑작스러운 붕괴라기보다 힘없이 사그라드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취지로 표현했다.
그랜섬이 문제 삼은 핵심은 비트코인이 실물 경제에서 뚜렷한 쓰임새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경기 여건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가격이 쉽게 반 토막 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자산으로서 안정성과 내재가치가 부족하다고 봤다.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도 널리 자리 잡지 못했고, 실제 거래보다 투기적 수요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시장에서는 가상화폐가 제도권 금융과는 다른 가격 형성 구조를 지니고 있어, 투자심리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는 점이 이런 비판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그랜섬의 발언은 최근 가상화폐 시장의 약세 흐름과 맞물려 더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5만9천200달러, 우리 돈 약 9천만원을 밑돌았다. 이는 올해 들어 30% 하락한 수준이며, 지난해 10월 기록한 최고점 12만6천달러와 비교하면 53% 떨어진 수치다. 비트코인 다음으로 거래가 많은 이더리움도 올해 들어 48% 하락했다. 대표 가상화폐들이 함께 약세를 보인다는 것은 개별 종목 문제라기보다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가 위축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랜섬은 보스턴에 있는 자산운용사 지엠오의 공동창업자로,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이르게 경고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의 발언은 단순한 비관론 이상의 경고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가상화폐 시장은 규제 환경, 기관투자자 유입, 결제와 송금 분야의 활용 확대 여부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가격 변동성과 자산가치 논쟁을 함께 키우면서, 가상화폐가 투기 자산에 머물지 아니면 제도권 안에서 새로운 금융자산으로 자리 잡을지를 가르는 시험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