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한 등산로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오늘날 수십조 달러 규모 시장을 만든 ‘무기한 선물’의 출발점이 됐다. 만기 없는 파생상품이라는 발상은 암호화폐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2015년 홍콩에서 비트멕스 공동창업자 벤 델로(Ben Delo)는 파생상품 트레이더와의 대화 끝에 ‘만기가 없는 선물’이라는 개념을 떠올렸다. 기존 선물은 만기가 존재해 포지션이 강제로 종료됐고, 이용자들은 현물처럼 거래되면서도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상품을 원했다. 하지만 만기를 제거하면 이론적으로 가격이 무한대가 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해결책은 ‘펀딩비’였다. 특정 시간마다 롱과 숏 간 이자를 주고받도록 설계해 가격을 현물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비트멕스의 실험, 그리고 방향 전환
비트멕스는 2014년 기관 투자자의 헤지 수요를 겨냥해 출범했지만 실제로 유입된 것은 개인 트레이더였다. 낮은 레버리지가 아닌 ‘고위험 고수익’ 거래가 핵심 수요였다. 이에 따라 비트멕스는 2015년 100배 레버리지를 도입했다.
문제는 선물 특유의 ‘베이시스(현물 대비 프리미엄)’였다. 당시 이용자들은 선물 가격이 현물보다 높은 이유조차 이해하지 못했고, 만기 정산 방식 역시 큰 혼란을 낳았다. 거래소는 주간, 48시간, 24시간 단위 상품까지 실험했지만 사용자 경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 레버리지 상품’을 요구하고 있었다.
펀딩비 구조의 탄생
2016년 출시된 무기한 선물은 만기 없는 구조 대신 ‘펀딩비’를 통해 가격을 현물에 연동했다. 가격이 현물보다 높으면 롱 포지션이 숏에 비용을 지급하고, 반대의 경우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된다.
초기에는 비트파이넥스 등 외부 대출 금리를 기반으로 펀딩비를 산출했다. 그러나 비트코인(BTC) 상승장이 본격화되면서 이 구조는 한계를 드러냈다. 시장 내 롱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 괴리가 커졌고, 외부 금리로는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
결국 비트멕스는 ‘내부 시장 기반’ 방식으로 전환했다. 8시간 동안의 가격 괴리를 기준으로 펀딩비를 계산하고, 이를 다음 주기에 반영하는 구조다. 이 방식은 시장 참여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했고, 차익거래 세력이 유입되며 가격은 자연스럽게 현물에 수렴했다. 현재 대부분의 글로벌 거래소가 사용하는 펀딩비 메커니즘의 원형이다.
비트코인 가격 발견의 중심이 되다
2017년 비트멕스는 하루 수십억 달러 거래량을 기록하며 비트코인 가격 형성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다양한 만기 상품을 하나의 무기한 선물로 통합하면서 유동성이 집중됐고, 스프레드는 좁아졌다.
이 구조는 경쟁 거래소에도 빠르게 확산됐다. 일부는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모방했지만, 결국 주요 거래소 대부분이 동일한 구조를 도입했다. 현재 무기한 선물 시장은 연간 수십조 달러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통 금융 진입 신호
비트멕스는 해당 상품을 특허로 보호하지 않았다. 시장이 스스로 가치를 증명하도록 두겠다는 판단이었다. 그 결과 무기한 선물은 암호화폐 시장의 표준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제도권 편입을 검토하면서 전통 금융 시장 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상장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무기한 선물과 펀딩비 구조는 단순한 파생상품을 넘어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 형성과 유동성 구조를 재편한 핵심 장치로 평가된다. 시장이 성숙해질수록 이 메커니즘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 시장 해석
무기한 선물은 ‘만기 없음’이라는 단순한 변화로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며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펀딩비 메커니즘은 가격을 현물에 수렴시키는 핵심 장치로, 시장 자율적인 균형 기능을 구현했다.
비트멕스는 기관이 아닌 개인 트레이더 중심 수요에 적응하며 고레버리지 시장을 개척했다.
💡 전략 포인트
펀딩비 흐름은 단순 비용이 아닌 시장 포지션 쏠림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무기한 선물 가격이 현물 대비 과도하게 괴리될 경우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한다.
고레버리지 환경에서는 유동성 집중 상품(퍼페추얼)이 가장 빠르게 가격을 반영한다.
📘 용어정리
무기한 선물: 만기 없이 계속 유지 가능한 파생상품
펀딩비: 롱·숏 간 주기적으로 교환되는 비용으로 가격 균형 유지 장치
베이시스: 선물과 현물 가격 차이
가격 발견: 시장 거래를 통해 적정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