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망과 금융망을 겨냥한 압박을 넓히면서 국제유가와 중국의 원유 조달 경로가 다시 시장 변수로 떠올랐다. 브렌트유는 20일 배럴당 94달러 안팎까지 올라 3주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은 20일 CNBC 인터뷰에서 대이란 제재를 역대 가장 강한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봉쇄와 제재를 함께 언급하며 이를 "원투 펀치"라고 표현했고, 세부 내용은 24일 오후 2시(미 동부시간, 한국시간 25일 오전 3시) 브리핑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이번 압박은 새로 시작된 조치라기보다 기존 대이란 최대 압박 정책의 연장선에 가깝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4월 24일 중국계 독립 정유사 헝리페트로케미컬(Hengli Petrochemical)과 관련 해운사·선박 약 40곳을 제재했다.
재무부는 당시 중국 독립 정유사들이 이란 원유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통로라고 밝혔다. OFAC는 미국의 제재 집행을 담당하는 재무부 산하 기관으로, 해외 개인·기업·선박·금융망을 제재 명단에 올려 미국 금융망 접근과 거래를 제한한다.
미국 재무부는 4월 28일 별도 경고문에서 중국이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사들이며, 중국 내 이른바 티팟 정유사들이 이 수입의 대부분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티팟 정유사는 중국 산둥성 등을 중심으로 한 독립 정유사를 뜻하며, 국영 정유사보다 제재 대상 원유를 유연하게 조달하는 수요처로 거론돼 왔다.
로이터는 케이플러(Kpler)의 2025년 데이터를 근거로 중국이 이란 해상 원유의 80% 이상을 매입한다고 전했다. 수치는 출처별로 다르지만 중국이 이란 원유의 최대 수요처라는 점은 같다.
시장 반응은 유가에서 먼저 나타났다. 로이터는 20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94달러 안팎으로 올라 3주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21일에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주간 기준 각각 7%대, 8%대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공급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로이터는 21일 중국 바이어에게 제시되는 이란산 원유 오퍼가 줄고 가격이 올랐다고 보도했다. 일부 트레이더는 브라질 라파 원유와 이라크 바스라 원유를 대체 조달 후보로 검토했다.
이 때문에 중국 독립 정유사와 해운망은 이번 제재 압박의 실제 영향권으로 꼽힌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 압박에 반발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제재와 압박이 이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이란도 22일 미국의 새 제재 계획을 비난하며 이를 "경제 테러"로 규정했다. 새 제재가 이란 경제와 주요 교역국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지점은 유가와 해상 운송 비용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거래 원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통로로 꼽힌다. 긴장이 해상 운송과 보험료, 정유사 조달 비용으로 번지면 원유 가격을 넘어 물가와 위험자산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란 제재는 크립토 시장과도 간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미국의 이란 원유 수출 차단이 디지털자산 제재 집행으로 확대된 사례를 보도했다. 당시 테더(USDT)는 이란 중앙은행 소유로 식별된 주소에서 약 4억7500만 달러(약 6580억원)를 동결했다.
다만 이번 사안이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가격 방향을 직접 가리키는 근거는 아니다. 원유 가격과 지정학 긴장은 위험자산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가격 전망은 별도 시장 수급과 거시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베센트 장관은 24일 오후 2시(미 동부시간, 한국시간 25일 오전 3시) 브리핑에서 대이란 경제 압박 방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제재 대상과 적용 범위, 2차 제재 강도는 이 자리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